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잃을 때가 있다.
소설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것.
아무 생각 없이 깔깔 대며 보는 예능프로그램.
오유 이리저리 둘러보기.
너의 페이지를 새로고침하기.
그랬더니 남는 건 먹는 것 뿐이다.
먹는 것에도 흥미를 잃어가는 게
느껴지면, 그건 내가 없는거다.
오롯하게 먹을 것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음식을 탐한다.
근데.
막상 또 뭘 먹자니
뭘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게 바로 흥미를 잃는게 아닌가 싶다.
돈은 더 쓸 수 없고,
늘 먹는 음식이 이제 지겨운데
최대한 만원 한 장으로 버틸 수 있는
나의 음식은 뭐가 있나.
저녁을 고민하는 일이
꽤 거창해진다.
점심 먹을 때만해도
그냥 있는 거 해서 먹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맛있는 게 너무 먹고 싶다.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
먹는 거에만 흥미가 집중되었다.
인류의 최대 고민
뭘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