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원인은 월요일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차츰차츰 어떤 것을 포기하다가 오늘 유독 놓게 되는 것은 오늘이 월요일이기 때문. 또 골똘해진다, 폭풍전야처럼.
그리고 동생이 일본으로 놀러갔다가 귀국하는 날. 동생의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나를 떨게 했다. 첫 번째는 면세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샀다고 해서. 치킨 배달원의 오토바이 소리를 기다릴 때보다 더 설렜다. 두 번째는 누나 큰 일 났어. 라고 보낸 메세지였다. 마음이 철-렁 하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보낸 메세지 옆 숫자 1이 안 없어져서 심장이 뛰었다. 이 쟈식.. 내 카메라를 빌려갔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정말 ‘큰 일’이 생겼다면 부모님께 연락을 했을 텐데 나에게 했다는 것은 한 가지 뿐이지. 아니, 두 가지구나. 자기 맛있는거 먹는다고(그게 설령 내꺼여도. 부들부들) 놀릴 때도 보내곤 하니까. 몇 분간 머릿속으로 여러 프로세스를 그려본 결과, 괜찮다고 웃으며 넘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렌즈를 떨어뜨렸거나, 카메라를 잃어버렸거나, 고장을 냈거나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고작 카메라 닦는 천을 잃어버렸다고.. 이쟈식 귀여운거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