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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게시물ID : today_586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갈루아밀크
추천 : 13
조회수 : 19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9/23 01:00:07
어느,

폭풍 같았던 .

이별도 다 지나고

적당하다 싶을 정도의 평화, 사실은 그보다 아주 조금 모자란 평화가 찾아왔다 착각하고 있을 때쯤.

차가운 바람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갈 무렵에 그는 설설 불어오기 시작했고

커피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의 평범한 하루였다.

크림이 올라가는 음료를 시킨 성인 여성 손님 두 분이 음료를 주문하고

만드는 내 앞에서 음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문을 받은 동료는 "그 손님들 크림 많이 올려 달라고 하셨어요."라고 내게 전달해 주었고

음... 

하며 열심히 바퀴를 돌리며 크림을 쌓아올리는데 오, 좀 짰는데 싶었다.

잠시 담소를 나누느라 음료에서 눈을 떼었던 두 사람의 눈길이 다시 내 손 끝에 걸린 마무리로 향했고

곧 예쁜 감탄사가 들렸다.

"와아,

너무 예쁘다.

봐봐. 엄청 맛있겠다!!"

예상 외로, 너무나 좋아해 주셔서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까지 잘 짠 건가 싶었지만 나야 일상적으로 짜던 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내가 들을 칭찬이었는지 조금 묵직하다 싶을 정도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 주셨다. 음료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나도 질 수는 없었지만 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갖지 않았던, 지금도 갖지 않은, 

어떤, 소녀들의 깔깔거림 같은 웃음꽃망울들을 여기저기 흩날리며 두 사람은 윗층으로 올라갔다.

종일 아팠던 허리도 까맣게 생각이 나지 않던 긴 순간.

-

2017년 9월

젖은 나뭇잎과 마른 나뭇잎이 적절히 잘 섞인 좋은 냄새.

냄새를 느끼기에는 사실 온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었던 차가움과 미지근함으로 풍겨왔던 가을의 냄새였다.

어느 계절 어느 날엔가 분명 비 오는 날이었든지, 움뿍 젖은 낙엽들의 근처를 지나가다가 맡은 냄새를

떠올리게 했다.

너무 많고 다양한 기억들이 다 남지는 않았으면 한다.

떠올릴수록 고통에 기어들게 되는 그런 기억들은 적당히만 머물다가들 갔으면 한다.

더없이 진하고 아름다운 기억들만 가득 기억해서 나는 내가 살아온 것보다 더한 행복을 기억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출처 오늘은 그런 밤이다.

다들 아는 그런 밤.

오늘도 지지 않고,

내일도 지지 않으려고,

글이라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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