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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져야 하는 마음들
게시물ID : today_59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ㅁㅈ이
추천 : 4
조회수 : 14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1/07 12:20:29


  글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어서, 글을 쓸 때 생각을 깊이 하는 편이어서 내가 쓴 글을 지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진짜 이상한 뻘소리라도 그 시간의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지운다는 건 그 당시의 나를 지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문득, 어차피 지워져야 하는 글인데... 라는 생각을 했다. 너로 인해 이 곳을 알았고, 어쩌다보니 서로의 닉네임을 알게 되었고, 너와 헤어지게 되면 둘 중 누군가는 이 곳을 오지 못할 텐데 그게 나여야 한다고. 그러니 어차피 없어져야 하는 마음들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네 속에 담겨 있는 나의 마음도 아마 이렇게 삭제 되듯 없어지겠지, 어쩌면 지금도 하나씩 지워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지, 에 이르게 되었다. 너무 많은 의미부여인가, 한낱 인터넷 상의 글일 뿐인데.

  이제 정말 너와의 인연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서서히 느끼고 있다. 어쩌면 너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워할 수 있게, 원망할 수 있게, 못된 기억만 주려고, 그래야 나는 쉽게 널 떨쳐낼 수 있을테니, 그게 나를 도와주는 일이라 생각할테니, 나를 많이 생각하는 너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 하는데, 고작 여기 인터넷 상의 글 하나씩 지우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긴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곳에 썼던 많은 글들이 다 너를 향한 보내지 못할 편지였음을, 말로 하지 못할 아픔을 너에게 그나마 전달할 수 있었던 메신저였음을.

  서운해할 시간도, 아파해야 할 시간도, 슬퍼해야 할 시간도 없을만큼 나는 네가 간절하다. 나는 마지막까지 너에게 웃는 모습이고만 싶다. 같이 야한 드립 치면서 낄낄 웃을 수 있는 그런 모습만 너에게 남겨졌으면 좋겠다. 지독하게 슬퍼하거나, 잔인하게 절망하는 나는 너에게 없는 사람일거다. 그래서 좋은 기억만 남겨지다 모래가 흩어지듯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너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이 글도 언젠가 너와의 인연이 다하면 없어질 글일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영원히 남겨질 글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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