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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밤
게시물ID : today_591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을으니
추천 : 5
조회수 : 14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1/27 23:21:57
어느 정도 호전되었다 싶을 때 커다란 한 덩이씩 마주한다
그 덩이들은 내가 호전된 만큼보다 더 큰 것들이어서
나는 늘 새로운 불안에 또 마주한다

나는 지금 치료 중인데 
나중에 이것마저 소용없게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가능성에 대한 기우 같은 것

지금까지 잘해 온 만큼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확신이
보다 타당하지만
나에게는 확신이라는 말보다 불신이라는 말이 아직
가까우므로

조금 버겁다
힘이 든다

머리가 아프다

까먹지 말아야지
웃으며 날 반겨주는 진료실의 교수님과
또 무엇이 ㅇㅇ씨의 머리를 아프게 하냐는
든든한 농담까지

그리고 늘 자신없어 하는 나에게
나 자신보다 더 나를 믿어주신다

나는 나라서 잘 모르는데
잘 살아서 나왔다고 늘 칭찬해 주신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넘치게 대단한 거라고
그 말씀이 또 무너지려 하는 나에게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되어준다

나는 나를 조금 더 믿어도 되고
하는 아직은 투명에 가까운 확신 같은 것들이
꼬물꼬물

오늘은 헬스장에서 또 좋은 일이 있었다
머리 아프고 울고 이것저것 해도 그냥 들어오지 않고
샤워라도 하고 온 것이 다행이다

나는 항상 수건을 한 장만 써서 오늘도 역시
한 장을 들고 들어갔는데
빈 자리가 딱 하나 있었고 그곳 물건 올리는 거치대는 파손되어 물을 축이는 용도 외로는 아무도 쓸 수 없는 자리처럼 보였다
나는 딱히 거치대가 필요한 건 아니고 걸이만 있으면 되는 파우치를 가져다니기 때문에 수건 거는 곳에 항상 같이 거는데
그 자리엔 이미 수건 하나가 걸려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은 없고 수건만 있고 세제 같은 것도 없기에 누가 안 치우고 갔나보다 싶어서 바깥 수건 수거함에 넣어두고 다시 자리로 와 씻고 있는데
그 수건 걸어둔 사람이 내가 가져온 수건을 가기키며 여기 있던 수건이냐며 묻는다

아니라고 했고 여기 있던 건 주인 없는 수건 같아 수거함에 넣었다고 하니 자기가 자리를 옮기면서 미처 못 옮겼는데 하며 난처해 하시길래 그냥 이거 쓰시라고 가져왔던 수건을 내밀었다

대충 털고 가면 된다고 드리니 아까 수건을 같이 옮긴다는 게... 하시며 자리로 가셨다

샤워가 끝나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물이 안 털어져 바닥에 많이 떨어질 것 같아서 나가지도 못하고 물기만 짜내고 털고 있었더니 바로 옆 거울에 서계시던 분이

수건 없죠? 하시며 잠시만 기다려요 하셨다
놀라서 쳐다보니 아까 다 들었다고 새거 하나 있으니
줄게요 잠시 있어요 하신다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분이
수건이 없어요? 하시면서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그분 남는 새 수건 하나를 얻어 쓸 수 있었다

두 분 모두에게 너무 감사했다

신기하게 머리가 조금 덜 아파지고 한결 낫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 훌쩍이는 건조한 밤
코 헐고 눈 아프고
머리도 아프지만

좋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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