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한 없이 약하고
그 외의 사람에겐 한 없이 냉정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내 사람이 되기 전까지
항상 선을 그어놓고 여기까지.
오늘 길을 걷다가
같은 독서실에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분을 우연하게 만났다.
나는 몰랐는데 그 사람이 아는 척 했다.
(나는 워낙에 사람을 안 보고 다니니까)
반가움 반, 낯선 감정 반.
이 사람은 내가 엄청 반가웠나보다.
커피 한 잔 할래요? 라는 말에
아, 들어가야 해서요. 라고 답했다.
장보러 가는 길이었고
들어가서 빨래 해야 했고
찬바람이 불어 눈이 시려 자꾸 눈물이 나
그냥 들어가고만 싶었기에.
돌아와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그저 차 한 잔 마시자는 건데
내가 해야 할 일이 급한 것도 아니었을텐데
괜히 거절을 했나 싶었다.
그리고 내가 왜 그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선을 내가 넘을까 두려웠다.
그깟 차 한 잔에 선을 넘나드는 것도 웃긴 일지만
지금의 나는 선 따위 무어라고. 그냥 막 감정을
왔다갔다리 해버렷! 이기에
사람이 너무 그리워, 이기에.
그 사람은 나를 그냥 단순히 같은 공부를 했던 사람,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니게 될까봐 두려웠다.
잘 거절했다.
미안했지만, 지금은 내가 생각한 선을
철저하게 지키는 수밖엔.
그게 외로워지는 길이라 해도.
지금의 나는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정도로
말랑말랑한 마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