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술 취하는 모습이 참 좋더라.
만나는 동안 몇 번 못 봤던 모습인데
평소엔 감정이 안 보이던 네가
술 취하니까 막막 감정이 보이더라.
네가 내 곁에 있을 때,
그렇게 감정을 보였으면 했는데
네가 기쁜지, 슬픈지, 아픈지, 좋은지.
나는 워낙 눈치같은 건 밥 말아먹어서
그렇게 드러내주지 않으면 잘 모르니까.
네가 시간이 난다고 연락이 왔을 때
나는 아주 잠깐 망설였어.
네가 미친 듯이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신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나 싶었는데
사실 겁이 났어.
이제 겨우겨우 너를 내 곁에서 조금씩
떼어가고 있는데
너를 만나면 그 시간 동안 만난 기억 때문에
나는 아마 또 감기 앓듯 아플건데
그래도 괜찮은지
그 몇 초 동안 수 없이 나자신에게 물었어.
근데 당연하게도 나는
만나자고 했어.
너무 당연하게도.
나를 어쩌면 좋니.
이런 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아픈 것 따윈 아무렇지 않게
너를 만나고 싶은 나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럼에도 네가 또 만나자고 하면
겉으론 알겠다고 썰렁한 반응을 해도
속으론 눈물 나게 기뻐하는 나를 나는 어찌 해야 하나.
정말 더 이상 어떻게 해도 너를
볼 수 없는 시간이 오는데
미치도록 보고 싶어 하는 이 마음을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닌, 없는 마음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제 오늘 너와 특별했던 기억이
나를 너무나 아프게 만드는데도
마지막에 남는 건
세상 누구보다도 제일 기쁘고 좋았다는 거.
너무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만큼이었다는 게
나에게 남아.
그렇게 남은 기억들로
너를 그리워하겠지. 잊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