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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산책로
게시물ID : today_597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프시몬스
추천 : 4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8/01/23 00:17:46




[3m]



* 가깝게 지내던 관계가 심각하게 틀어졌을 때 나는 가장 먼저 그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지 나에게 묻는다.

진심으로 가깝게 지내던 관계라면 대개 회복하고 싶을 거다.

그렇다면 나는 우선, 시급히 동굴로 들어간다. 가능하면 최대한 홀로 될 수 있는 배타적인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여 관계보다 나를 보는 게 먼저다.

(이럴 때 주변인들에게 미주알 고주알 하는 하소연, 전혀 도움 안 된다. 무엇보다 나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최악이다.)

동굴을 확보하면 나는 우선 내 감정을 천천히 살핀다. 화, 억울함, 원망, 외로움...... 그게 어디서 기인했든 나는 내 감정을 돌본다. 

스스로 이제 됐다 싶을 때까지 나를 토닥토닥 다독인다. (이 때,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면 오랜 기간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가끔은 '만트라'가 유용하다. '내 일은 내가 아니다.', '내 옷은 내가 아니다.', '내 가족은 내가 아니다.',

'내 역할이나 직책도 내가 아니다.' 

이 만트라는 나의 특정한 어떤 부분에 대해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내 인격 전부에 대한 공격이라고 여기지 않게 해준다. 다시 말해 자기의 

핵심적인 자아와 주변 속성 혹은 활동을 변별할 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소한 돌부리에 걸려 놓고 발가락이나 발목만 삐끗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로 넘어지는 일 따위를 하지 않기 위해서.

한동안 이렇게 내 감정을 돌보고 나면,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어느새 투명하게 내가 보인다.

상대방의 오해, 몰이해, 편견 등이 설령 그대로 남아있더라도 완전하지 않은 나 역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하나 하나 인정하게 된다.

이때 내 잘못들을 발견하는 것은 투명해진 나에게 오히려 관계의 희망이다. 내 잘못은 내가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

여기까지 오면 나는 나와 틀어진 사람을 만날 용기가 생긴다.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명할 건 해명할 수 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때로는 2~3일이면 

가능할 수도,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내가 이런 과정을 거쳐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해명이 필요한 건 해명하고자 한다 하여도, 물론 모든 관계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착안된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고, 상대방의 몰이해나 편견은 내가 어떤 해명을 한다고 해도 결국 상대방의 몫이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헤어진 전 여자친구들조차도 지금은 대개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것은, 피차에 어떤 상처를 주고 받았더라도 이렇게 관계 이전,

혹은 이후의 자기를 살필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엔...

과거와 똑같은 관계는 아닐 지라도 서로가 나눠가진 시간과 기억들을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내가 어떤 집단에서 여러 사람과 틀어졌을 때, 틀어진 것은 나와 그 집단과의 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불편해진 사람이 세 사람이라면, 그렇다 해도 그것은 3대 1의 명백히 불리한 관계가 아니다.

최근에는 넷이 어울렸던 관계일 지라도 A와 나, B와 나, C와 나는 사실 다른 역사와 다른 맥락에서 관계를 맺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걸 간과하면, 상처도 통으로 받고 내가 상대방에게 준 상처들도 구체적으로 분별하지 '못'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내 이슈와 관계 속의 나를 제대로 볼 수 있고, 또한 상대방 역시 그럴 수 있다면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다.

혹시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마땅히 내가 할 일을 마치고 나면, 다한 인연에 대해 나는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나는 잊지 않으려는 사실이 있다. 상처 없는 관계란 없다.

그러나 찬란한 햇살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때때로 구름 속에 감춰진 궃은 비나 눈, 혹은 폭풍우조차도 감당할 마음이어야 한다고.

번갈아 눈 비 내리듯 우리는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일을 반복하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T]



* 의 지인과, 친구와,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알다시피 우리 부모님은 평균의 보통 사람이다.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체계를 지니고 삶을 지어입는 사람은 매혹적이다.

사회와 대중이 주입하는 가치와 규범을 앵무새처럼 되뇌며, 그 틀에 맞추어 제 몸을 너무도 쉽게 웅크러뜨리는 평균의 보통 사람들은

어디에도 있지만, 당신은 오직 당신에게서만 만날 수 있으므로 각별하다.

가끔 당신의 왕국으로 초대받기 원한다. 당신과의 만남은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이 된다.

언제든 방문 가능한 당신들의 왕국을 확보해 두고 종종 여행을 다니는 꿈을 꾼다.

나의 삶이 이런 여행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또한 나의 왕국이 너희에게 여행 되었었고,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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