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자세히 볼수록 더 모르게 된다. 한 존재를 아는 것은 한 세계를 끌어안는 일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름과 성별과 직업을 분류하고 규정짓는 순간, 나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당신은 이름 없이 나에게로 오면 좋겠다. 나도 그 많은 이름을 버리고 당신에게로 가면 좋겠다. 이름을 알기 전에 서로를 느끼면 좋겠다. 그때 신비의 문을 여는 열쇠가 우리에게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