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
지나고 보니 이 긴 러닝 타임 동안에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게 참 아쉽다.
이한열 열사의 비중을 높이고 싶었던 건지 센티멘탈리즘으로 점철된 로맨틱 캐릭터로 중반부부터 등장하게 되는데 그보다 유가족인 김태리 위로해 주면서 운동권으로 이끌어주는 여자 선배 캐릭터 하나 넣어주는 게 오조 오억배 나았을 거다.
그랬다면 1987과 2017~8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이기도 한 '연희'가 수동성을 입고 업혀 가는 사회가 주입한 '여성'의 전형적인 인물로 남지 않았을 테니. 이외에도 아쉬운 건 고문관이면서 내부 고발자인 안유의 내부 고발자인 모습만 비춰진 점이다.
그치만 1987년 민주 항쟁 당시에 활약한 건 팩트고, 그저 시키는 대로 성실히(?) 할 일 하는 공무원으로의 행동들, 시대적 배경이 1987년에 국한돼 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이 점으로 미화라거나 영화 전체를 판단하기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이건 내가 유족도, 피해자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림이 있는 영화이긴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