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을 밝게 장식하고 싶었어요
참 오래도록 글을 놓았기에
최소한 덤덤한 글귀로 마주하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음이 못내 아쉬워요
사실 오늘 싸웠어요
안 싸울 수 있었고,
별것도 아니였는데,
그동안 쌓인 서러움이, 잘 눌러담은 섭섭함이
작은 스파크에 팡 하고 터졌네요
가슴의 먹먹함은 지워졌는데
머리로 모든 것이 쏠렸나봐요
어지럽고, 잠 들 수 없네요
더 끔찍한건...
이런 상태임에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픈데, 그냥 '아프구나' 해요
좀 전에 싸웠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감정적인 동요가 거의 없어요
그냥 어지럽고 메스껍고 울렁거릴 뿐...
멍하니 이 순간을 지내고 있네요
갑작스레 속이 올라와서..
어디에라도 이 심경을 터뜨리고 싶었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이 녀석이 돌고 돌며 절 구렁텅이로 빠뜨릴 거 같았거든요
끝없는 도돌이표, 마주한 거울 속의 끝없이 펼쳐진 제 자신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음..............
모르겠고, 모르고 싶은 새벽이네요.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하며 책이라도 펼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