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보다
꽤 보수적이고 융통성이 없다.
개방적일 것이라고 생각한 건
내 앞 세대들과 비교해보니
상대적인 것이었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을 수 없고
사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느낀다.
대학교 1학년 때
졸업한 선배들이랑 만나는 날
그들이 그랬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희에겐 있구나.
무슨 말인지 몰랐고
괜히 꼰대짓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학교 졸업하던 때
1학년 아이들에게 느꼈던
묘한 괴리감과 기시감이 낯설었다.
요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피자집에서 전화예약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뒤에 온 모녀가 자기들이 먼저 주문했다며
먼저 찾아갔으면 했다. 나에게 주문 시간을 물어보며.
딱히 비켜주고 싶진 않았으나
(나도 1시간 넘게 기다렸으니)
사람 사는 건 그게 아니지 싶어 먼저 하세요~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지나가듯 고맙다는 말을
듣길 원했던 것 같은데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앞서 찾아갔다.
집에 와 엄마에게 이야기했더니
요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줬다.
외부로 나가는 옷차림은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라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속옷은 더욱 더.
밖에 잠깐 나가는데 브래지어를 꼭 해야 하냐는
이야기에, 사실 할 말을 잃었다.
그렇구나. 요즘은 내가 불편한 게 우선이라
다른 사람들은 신경 안 쓰는구나.
아니면 내가 너무 다른 사람을 신경쓰는가.
내가 이상한거였나. 아, 내가 이상한거였나보다.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옛날에는 또는 나 때는.. 이런 말을
덧붙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럴 수도 있구나 또는
나와 다르구나, 내 생각이 너무 딱딱하구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둥글둥글하자
싶어도 자꾸 고개가 갸우뚱.
꼰대가 되지 말자...
불편러가 되지 말자...
상대성을 이해하자...
다름을 인정하자...
가끔은 생각이란 게
물렁물렁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찰흙같이 이리 만지면 이런 모양이 되고
저리 만지면 저런 모양이 되는.
아직 어른이 덜 되어 그러는갑다.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