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41살이고
혼자 사는 아저씨입니다.
어제 한 뷰티샵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한 젊은 아빠가 갓난애기를 데리고 앉아 있더라구요.
아마도 시술받는 아내를 기다리는 거 같았어요.
근데 애기랑 눈이 마주쳐서
제가 약간의 의무감 섞인 웃음을 지었는데
글쎄 애기가 엄~청 활짝 웃어주더라구요.
그게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막 소리내서 웃었어요 ㅎ
그러고는 앉아서도 이뻐서 자꾸 쳐다보고 그랬는데
애기아빠가 차 빼달라는 전화를 받는 거 같았어요.
그러더니 글쎄 애기를 저한테 주면서
잠깐만 봐달라고;;;
아... 아 네;; 하고 엉겁결에 애기를 받아들고
애기아빠는 차 빼러 나가고...;;
다행히 애기가 울지도 않고 약간 파닥거리기만 해서
별 무리없이 안고 있었는데
곧 시술받고 나오는 엄마 같은 분이
저와 애기를 보며 잠시간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거 같더니
따라 나오던 직원 및 원장님도 빵터짐.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막 당황하면서도 엄청 웃고
차 빼러 가셨다고 어버버 설명하고 애기 넘겨드렸네요..ㅎ
아니, 본 지 5분도 안 된
여자도 아닌 그냥 아저씨한테 애기를 맡기는 패기도 너무 재밌고 ㅎ
제가 애기엄마였으면 기겁을 했을 텐데
좀 당황만 하다가 빵 터지는 애기엄마도 유쾌하고
뭔가 푸근하고 맘이 따땃해지는 거 같은
난생 처음 경험한 일이었네요.
제가 그리 나쁜놈처럼 생기진 않았구나 안심도 되고 ㅎㅎ
그냥 마음 말랑해졌던 기억 남겨두고 싶어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그나저나 애기 피부 너무 말캉하고 보드라웠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