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관한 나만의 철학이 있다. 모든 게 가려지고 목소리만 남은 상황에서라도 이 사람의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고.
얼마 전에 비슷한 주제로 강연을 한 동영상을 보았는데 MIT의 한 연구원이었던 걸로 기억. 목소리를 통해서 이 사람이 마주보는 누군가와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는ㅡ심지어 어느 정도나 하고 싶은지 같은 것도 알 수 있다 했다ㅡ, 내 추정적인 믿음보다 훨씬 앞서 있는 데이터들을 주장했다.
강연은 겉핥기 식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짧은 시간에 압축하느라 골자는 다 들여다보게 하진 못했지만 내게 그 맹목적 믿음을 유지해도 좋다는 충분한 명분을 주었고, 지금 어떤 가수의 라이브 앨범을 들으면서 이 사람의 당시 표정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문득 생각이 났다.
청각이 나름대로 꽤 민감한 편이라 그런 건지 내 인생 속 데이터들의 결산인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나는 목소리만 들어도 이 사람이 앞으로 할 대답 같은 것도 알 수가 있다.
'사랑해요 너무 흔해서 하기 싫은 말' 감미로운 가수의 목소리가 노래하는 이 사람의 지난 시간까지도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