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간 알고 지내면서 공통을 관심사를 갖고, 수많은 속깊은 대화를 하며, 심지어 한 이불을 덮고 살을 섞어도 같이 하는 게 해가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이름도 모르고, 목적도 다르고, 심지어 서로를 지지하려는 일말의 의지조차 없어도 같이 하는 게 득이 되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는 인간적인 감정이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인격적 관계(personal relationship)의 논리와 기능적 작동(functional operation)의 논리는 완전히 따로 노는 것이다.
“아저씨 말대로 신분의 사다리를 한 칸이라도 올라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사다리를 죽기 살기로 올라가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밑에 있겠구나. 결국 못 올라간 사람의 변명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