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내가 활동하던 단체의 작은 배지를 발견했어요. 수정테이프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다가 우연히 들추어 본 투명한 통 바닥에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었더랬죠.
언젠가, 방을 정리하다가 고대 유물이라도 발견한 듯, 오오오 거리며 따로 빼둔 게, 그 통이었던 거예요. 사실 별로 정리해서 모시고픈 마음은 없었기에. 그냥 그러고 두었는데, 오늘 보니 왜 이렇게 반갑던지 함박 웃음을 얼굴에 가득 짓고는 금방 다시 수정테이프를 찾으러 또 떠나왔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요.
늘 생각하면 아픈 기억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사실은 아픈 기억보다 웃을 일이 더 많았던 곳이었어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정신이 들어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