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찍 도착했나봐. 엘리베이터에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신발이 구두가 아니라 운동화인 걸 깨닫고 약속장소에서 신발을 바꿔신었지. 그 모습을 네가 봤나봐. 사람이 많아 정신이 없던 나는 뒤늦게 휴대폰을 봤어. 뭐하니? 라는 카톡이 왔길래 답을 하려는 순간 네가 쓰윽 다가왔어. 너 특유의 웃음과 함께. 나는 나도 모르게 입술이 양 귓가에 걸리듯 웃고는
잠이 깼어. 꿈이었구나. 꿈이었네.
나 어쩌지. 다시 눈을 감고 잠들어야지 하는데도 다시 그 꿈 속으로 들어가 현실인양 즐거워하고 행복해야지 하는데도 그럴 수 없다는 거 아니까 마음만 아파.
내가 이렇게 힘든 거 알까? 하다가 아냐 티내면 안 돼. 그걸 빌미로 삼을거야. 흩어진 마음을 쓸어담아.
다른 거 필요없으니 그냥 그 꿈 속에서처럼 날보고 웃어주면 된다고 보고싶다고.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이 말만 덕지덕지 붙이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