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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부재
게시물ID : today_616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ㅁㅈ이
추천 : 5
조회수 : 17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1/20 00:35:52
 
 
 
 
 
내 실수 였다고 생각한다.
평소처럼 서운한 건 꼭꼭 숨겨뒀어야했다.
평소처럼 나는 너에게 서운해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냥 내가 스스로 견뎌냈어야했다.
원래는 잘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말 중에
네가 듣고 싶은 말, 들어서 좋을 말,
시간낭비하지 않을 말만 골라서 했다.
중간중간 어찌할 수 없이 튀어나오는 것들은
그냥 이 곳에 (그것도 거름종이로 몇 번 더 걸러) 쓰곤 했다.
 
이해를 억지로 하다보니
지금 내가 하는 게 이해인지 포기인지 모를 때가 온다.
아마도 포기에 가깝겠지.
이유도 가까스로 추측해가며 납득했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러니까 내가 그래야하겠지.
왜냐하면 너는 어떤 이유로든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
붙잡으려는 사람이 이해든 포기든 뭐든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붙잡아야겠지.
내일이라도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만이라도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 말하는 것 뿐.
그렇게 3년을 버티다 보니
이제는 내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를 정도가 되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단순히 연락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분명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빈도가 줄었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못했다.
만나는 회수라도 잦으면 만났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할건데 그러지도 못했다.
이러다보면 서로 쌓인다. 무엇이든.
대화가 줄어든 관계가 두려웠다.
원래부터 알지 못했던 네 생각이지만
대화를 하면 추측은 가능했다. 그게 맞든 아니든.
말하지 않아서 모르는 네 마음에
나를 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있으면 어떻게하지?
조급했다. 조급한 관계는 분명 부정적으로 흐른다.
늘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헤어지면 후회하게 될 시간이 남겨지는 게 싫었다.
매순간 최선의 최대치까지 너에게 하고 싶은데
내일이라도 헤어지자하면 못하는거니까.
 
 
게임. 사실 그거 나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럼에도 너랑 같은 걸 공유하고
네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서버 열리기만을 기도하고 기도했다.
게임 사이트 가서 검색어에 서버만 계속 검색했다.
서버가 열리자마자 원래 하던 일 내팽겨치고
닫힐까봐 부리나케 들어갔다.
너와 같은 서버여서 좋았다.
내 게임은 모르겠고. 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좋았다.
처음에는 네 연락이 없다는 거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게임 속에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어디야.
서버 열려서 작은 내 방에 혼자 춤추고
날뛰는 나를 너는 알리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묘하게 이상했지만 그냥 이해했다.
게임 속에서라도 이야기하는 게 어디야.
근데 게임에서도 그렇게 이야기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딘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지만
서버 안 열렸을 때보다 낫지않냐고 스스로 다독였다.
집에서는 게임도 안 하던 애가 이상하다고
일하라고 사준 컴터가지고 게임한다고
한 소리 들어도 웃고 말았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스스로 다독이고 위로하다보니 한계가 왔다.
늘 그랬다.
혼자 이해하고 혼자 추측하고
혼자 이유를 만들다보면 한계에 부딪쳤다.
 
네 마음이 어떤지 네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파도가 깊이 치는 마음을 가져도
말하지 않는다면 바다가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네가 나를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너를 대했다.
그러니 나는 오늘 너에게 말을 해야했다.
내일은 없을 지도 모르니까.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너는 나와 헤어진다면 다른 건 몰라도
네 마음을 내게 말하지 못한 것을 아주 많이 후회할거다.
내가 네 마음을 추측하고 넘겨짚을 수 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아주 많이 미안해할거다.
 
네가 네 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것 조차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나는
오늘도 나 혼자 추측하고 이해하고 포기하고 견딘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 너는.
내가 이럴 수 밖에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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