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결혼에 관하여.
게시물ID : today_62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USTHIS
추천 : 2
조회수 : 1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19 18:01:52
한참 결혼시즌 이다. 

그렇다. 올해도 참 많이들 갔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몇년 전부터 많은 청첩장을 받아왔는데 
올해가 가장 많았다.
올해 받은 청첩장만 열다섯 장이 넘었다.
열다섯명의 지인이 평생의 짝을 만난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해야겠지만,
나는 결혼식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좋아하지 않는게 아니라 싫어한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두려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혼식에 가는 이유는 
내 축하를 진지하게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그 혹은 그녀의 친구로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결혼식에서 가능하다면 결혼식장에 가서 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결혼식의 문화에서는 불가능 하다.
내가 결혼식에 가는것을 두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서 깊은 '소외' 를 느끼기 때문이다.
결혼식에서는 참석하는 하객들 사이에 위계가 정해진다.
결혼을 하는 당사자를 중심으로 가족, 친지, 부케를 받고 드레스룸에 같이 있을 정도로 친한 친구들, 적당히 친한 친구들,
동료라서 어쩔수 없이 온 사람들, 신랑 신부랑은 난생처음 보는 부모님의 손님들, 
신랑과 신부와의 개인적인 관계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적당한 나의 위치를 받아들이며 적당히 앉아 있다가 밥을 먹고 나와야 한다.
어느 결혼식장에서는 그 위계를 보다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서 
자리배치까지 정해져 있다. 앞에서부터 '친한' 혹은 '중요한' 인맥의 순서대로 놓여 있는 팻말에 맞춰 앉아야 한다
내가 뭐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싶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혼식에서 확인할수 있는 건, 정말 축하하고 싶은 그(녀)와의 인간적인 관계가 아닌 내 위치에 대한 규정뿐이다.

더욱이 내가 축하하고자 하는 신랑 신부와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중에 물어보면 내가 왔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은 그야말로 '의례' 일뿐 그 안에서는 어떤 '관계맺음' 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 둘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고,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나는 얼마나 그들을 축복하고 축하하는지 그 어느것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결혼식이란 축의금을 내기 위해서 가고, 돈을 냈으니 밥이라도 먹고 오기 위한 자리가 된것같다.
식은 보지도 않고,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식당으로 가서 밥 먹고, 신랑 신부에게 인사 한마디 못하고 돌아오는 것이 지금 우리의 
결혼식장의 풍경이다.

하객에게 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결혼식은 참으로 곤란한 것이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아서 다 알지는 못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은 기대와 기쁨보다는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스드메' 로 대표되는 결혼의 코스들 , 청첩장을 돌리고 친지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시간들, 
그날 하루를 위해 사용하는 막대한 비용까지.
결혼식 당일을 위해서 서로가 미친듯이 다이어트를 한다.
당일 새벽부터 메이크업을 받고, 식장에 와서 정신없이 사람들과 만나고, 사진을 찍고 식장에 들어간다.
"신랑님 웃으세요~신부님 웃으세요~" 하는 매니저와 사진사의 말에 얼굴에는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고,
불편한 구두를 신고 서있느라 다리에는 쥐가나려고 한다. 폐백 까지 겨우 다 끝나면 그제서야 어렴풋이 정신이 돌아온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는 기쁨을 만끽할 정신적 체력적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어쨋든 
잘 끝났다는 안도감에 지쳐 쓰러진다고 한다. 이것이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우리네 결혼식 문화다.
출처 도서 서른의 연애 中 -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