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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to me.
게시물ID : today_628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ㅁㅈ이
추천 : 11
조회수 : 325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9/10/20 23:00:05





제목을 쓰면서 Happy의 단어를
SAD로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하면서도
너무 티내는 건 또 멋없으니까
나름의 해피로.

여기저기 일부러 다녔다.
바쁘게 움직이면 정신없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며.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구름들이 동동 떠다녔다.
햇빛이 강렬했던 것만 빼면.
뭉게구름 사진을 찍는데
시원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치는데
너와 이 곳에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정말 좋았겠다.
안 돼. 네 생각을 하면 안 되는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갔던 찜질방에 누웠는데
나랑 찜질방 가고 싶다고 했던 너의 말이
곁에 누웠다.
그러게. 한 번을 못 갔네. 가볼걸 그치?
너의 말에게 말을 붙였다.
안 돼. 네 생각 하면 안 되는거야.
너의 말을 뒤로 하고 돌아누웠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니까
오늘만 너를 좀 생각하면 안 될까.
내가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왜 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 너의 웃는 모습이 있었으니까.

주위 친구들 친척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으며
호오옥시 그 속에 너는 있지 않을까
정말 잔인한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오늘만.

생일을 못 챙겨서 어떻게 해, 아쉬움이 남는 목소리에
떠나는 사람이 뭘 그런 걸 신경쓰냐고 냉정하게 찔렀던
그 날의 나를 자책하고 후회하고 미안해한다.
적어도 네가 그런 미안함이라도 느낄 수 있게 내버려둘걸.

21일 00시가 되면 신데렐라처럼 땡... 마법의 마음들이
다 사라지고 지독한 현실만 남아있겠지.
이런 순간이 매번 올텐데 
나는 잘 견딜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오늘만 10월 20일 23시 59분 59초까지만
너를 아주 많이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미안해할게.
그게 네가 나에게 주는 마지막 생일선물이라 생각할게.

아직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 미안하다.
짐정리가 생각보다 뒤늦어지고 방을 빼는 데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

너의 말처럼 술이 문제다. 맥주를 평소보다 좀 마셨더니
눈앞이 자꾸 흐려진다.
나는 내 마음을 흩뿌려놓을 공간이 있어 다행이다.

네가 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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