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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나보다.
게시물ID : today_629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ㅁㅈ이
추천 : 5
조회수 : 21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11/17 22:17:59




아마도 그건 꿈이었던 것 같다.
네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그런 꿈을 꾸었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는 너를 애태울 생각이었다.
약속시간에 한참 늦게 나타나
그동안 내가 기다렸던 시간만큼
너도 초조하게 기다려보기도 하고.
(사실은 약속시간 30분 전에 도착해
카페에서 초조하게 내가 기다렸다.)
만나서는 한참 냉정하게 너를 대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선심 쓰듯
그렇게 하려고 했다.
지나고보니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너와 먹었던 시원소주처럼 쓴 웃음이 자주 나온다.
나는 그렇게도 나를 몰랐다.

네가 연락했던 그 순간부터
나는 네가 나를 부를거라 예상했고
네가 부르면 나는 언제든 만나러 나갈 거라
나 스스로 예상했다.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네가 부르면 나는 망설이긴 하겠지만
이번처럼 너를 만나러 길을 나설 것 같다.
그게 너를 힘들게 할 거라는 것도 안다.
언제든 만나러 나올 수 있는 사람을
계속 부른다는 게 얼마나 잔인한지
너도 알고 있으니까.

너는 참아보겠다고 했다.
연락도 만남도.
나는 늘 그렇듯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했지만
늘 그렇듯 네가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늘 그렇지만 마음 아프고 슬펐다.

나는 너에게 가지말라 말 조차 할 수 없었다.
무슨 의미든 좋으니 
네 곁에 있게 해달라 말 할 수 없었다.
그건 널 만난 순간부터 
나 스스로 약속했던 다짐이었다.
네가 간다면 언제든 보내주고 붙잡지 말자고.
그게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일 거라고.
그러니 만나는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주자고.

그래서 네가 이별을 말했을 때,
참아보겠다 말했을 때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되겠냐는 말이 
끝까지 나왔다가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대답만 했다.

사실 이번에 널 만나러 간 게 어찌보면
널 붙잡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나 스스로 생각해본다.
그렇게 해서 멈춰지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날 잡고 있었겠지만.

길이 하나 밖에 없었는데
우리는 그 길을 무던히 걷기 싫어했고
없는 길을 굳이 만들어 돌아다니다
결국은 우리가 가야 하는 길로 다시 되돌아왔다.

처음부터 다시 이별을 해야 한다.
딱 들어맞는 돗자리 같은 내 예상을 추측하자면
아마 넌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 것 같다.
내게 너의 선택을 말했을 때의 표정과
그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던 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 나는 네가 그렇게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내 바람은 지금처럼 문득 연락하다
지금처럼 문득 시간이 날 때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거지만
그건 이제 나보다 너에게 더 잔인한 일일 것 같다.

한동안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겠지.
현실 속 일상엔 네가 둥둥 떠다니고
꿈 속에선 아주 다정한 네가 내 곁을 맴돌테고
나는 그 속에 헤매다 퉁퉁 부은 채로
하루를 살아가겠지.

어제 너를 만났던 일이 꿈이었던 것 같다.
너무 보고 싶어서 내가 만들어낸 꿈.

네가 참아보겠다했으니
나도 열심히 정리해야겠지.
길이 하나 뿐인 걸음을 걷고 있는 너를 보내고
그 반대로 길이 하나 뿐인 걸음을 걸어야겠지.
아직 그 자리에 서서 네 뒷모습만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있다.

어제 버스 타기 직전에
버스를 보내버리고 더 있고 싶었는데
너를 힘들게 하는 일 아닐까
그래도 자꾸 뒤돌아 너를 보고
뒤돌아 너를 보고 또 너를 봤다.
이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아쉬워서 슬퍼서 마음아파서
지금도 뒤를 돌아 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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