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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대한 글
게시물ID : today_637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low
추천 : 5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0/08/27 08:10:15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 어느 순간 나의 취향이 되어서 그가 좋아하는 물건을 좋아하거나 즐겨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중요한 물건을 살 때 인터넷에서 타인의 경험담을 참조하거나 그 분야에 능통한 주변인을 곁눈질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타인이 개입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늘 타인을 모방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이렇듯 타인의 욕망에 대한 모방에서 우리의 욕망이 생겨 난다는 점을 주목한 이가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이다. 그는 인간이 갖는 욕구와 욕망을 철저하게 분리하였는데, 그에게 욕구는 본능적으로 실제 대상을 향하는 실질적인 것인 반면, 욕망은 실제 대상 그 자체보다는 그 대상과 관련된 것을 향하는 관념적인 것이다. 이러한 구분에 입각하여 지라르가 전개한 모방 이론은 욕망의 구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줌으로써 인간 내면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특히 이 이론은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심리학에도 지대한 영향 을 끼쳤는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프로이트의 심리학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인다. 즉 욕망이 주체의 타고난 본능에서 나온다거나, 욕망을 대상에서 나오는 자연 발생적인 것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시각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프로이트가 욕망의 주체 내부에서 나오는 리비도를 중시했던 반면, 지라르는 욕망하는 이의 모방 행위 그 자체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에 입각하여 지라르는 어떤 이가 주체적으로 특정 대상을 욕망한다고 믿는, 즉 ‘자발적 욕망’이라는 환상을 믿는 것은 바로 프로이트의 ‘낭만적 거짓’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지라르는 대상을 소유하거나 밀접하게 관련을 맺는 중개자를 통해서만이 욕망의 주체가 대상을 욕망할 수 있다고 보는 ‘비자발적 욕망’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지라르는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벗어나 ‘모방’을 중심 으로 인간 내면을 분석하는 ‘새로운 심리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러한 주장은 자연스럽게 ‘개인’과 ‘자아’의 개념을 수정하는 데에 이른다. 즉, “심층적으로 보면 나의 비밀과 타인의 비밀 사이의 차이는 없다. 한 사람의 심층적 자아는 보편적 자아라고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한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은 타인과의 만남에 영향을 받는 존재다. 이 영향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로 ‘모방’이다. 심리를 변화시키는 움직임을 욕망이라고 보는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방적 욕망의 집결체가 바로 우리의 ‘자아’라고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인간 욕망은 새롭게 갱신되는 가변체이다. 그러므로 욕망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인 자아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자아는 궁극적으로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운동상태에 있다. 자아는 출생시부터 결정된 것이 아니다. 기존 심리학과 갈라서게 되는 결정적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자아가 더이상 고정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은 한 사람에게 하나의 자아만이 존재한다는 통념도 수정하게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욕망과 마찬가지로 욕망의 산물인 자아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매번 새롭게 주조되기에 인간에게는 여러 개의 자아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가 어쩌면 통념적으로 ‘자아’라 칭하는 것은 습관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일 뿐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출처 2019 경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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