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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
게시물ID : today_641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흰_
추천 : 7
조회수 : 4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2/10 21:28:42
어제 오전에는
그가 직접 만든 쿠키를 챙겨주겠다며
집을 나서는 과정이 참 고생스러웠다

배터리가 다 되어서 차를 점프 스타트 해야 했고
뒷바퀴가 눈 속에서 헛돌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다 해결하고 우체국에 잘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두통이 심하다고 아침부터 칭얼댔는데
내가 걱정할까 봐 그랬는지
상황종료 되고 집에 오고 나서야 얘기해줬다.

그래도 나는 알지.
순간적으로 당황했을 그의 모습과 마음을.

요즘 일이 많은데 
오전에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써버려서
오후에 일할 생각에 조금은 조급했을지도.

아침부터 삐걱댄 스케쥴에 기분전환을 시켜주고 싶었다.
날 위해 뭘 해주려다 그렇게 된 것이라서
고마움과 약간의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도 충분히 하고 나에게 오라고 했고
저녁에 먹고 싶은 걸 생각해두고
밤엔 디즈니 영화도 보자고 약속했다

이렇게 작은 선물에 대한 얘길 미리 말해주면
저녁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가벼워진 마음이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이
혹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의 놀란 마음을 좀 쓸어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약속대로 원하는 메뉴인 피자로 저녁을 챙겨줬고
디즈니에서 최근에 나온 영화를 같이 봤다.

영화에서는 조크 혹은 위트있는 멘트가 
너무 빠르게 쏟아지듯 나오길래
영어로 논문도 쓰는 사람이지만 걱정이 됐다.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권이 다르다 보면 생기는 일이다.
농담은 이해하고 웃어넘기는 시간이 좀 걸린다.

나야 여기서 오래 살았으니
듣자마자 이해가 되고 동시에 웃게 되지만
그는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인터미션 (화장실 타임 ㅋㅋ)에 물어봤다.

그런 부분들이 되게 빨리 지나갔는데 
이해하고 즐기기에 괜찮았는지-

걱정하는 나에게
그는 속도도 괜찮았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밤에 통화하면서 말하길
그 순간엔 이해했는데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빨리 지나가면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살아남기 쉽지는 않다.
인간의 뇌란 원래 그렇다.

그리고는 오늘 기분이 너무 좋다고 귀엽게 고백했다.
하루의 끝이 행복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만들려고 나도 노력했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잘 시간이 되어서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이런 게 사랑이구나- 하고

그의 행복을 위해 내가 마음을 쓰고
내 마음을 받고 표현해주는 그의 마음

그래. 
이런 게 사랑이지.

매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어제의 우리는 그렇게 사랑했다.




날이 밝았다.
오늘은 널 또 어떤 방식으로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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