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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켓의 경제학 - 왜 미국은 러시아 로켓엔진을 수입하는가?
게시물ID : science_496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엘랑™
추천 : 23
조회수 : 3183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5/05/10 19:56:50
오유분들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해요 ^^
뭔가 가입기념으로 올려야 하는데... 갑작스레 뭘 쓰기도 어렵고... 예전에 다른곳에 올렸던 글들 중에서 조회수가 높았던거 하나 답례차 올립니다.

원래 커뮤니티 게시판에 오래도록 글써왔는데, 하두 무단도용으로 블로그 등에서 자기글인양 제 글을 토막내서 많이들 쓰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저작권 주장하기 위해 블로그 만들고 거기에도 백업을 해놓곤 있습니다만... 우주로켓 분야는 정말 마이너한 분야라서 방문객이 별로 없어요 ㅠㅜ

그리고 제 글은 보통 꽤 길고, 제가 직접 작성한 글들 위주라서... 출처랄것은 구글 같은데서 무료이미지 검색해서 올리는 편인데 여긴 사진 출처를 꼭 남겨야 한다면서요? 오래전에 쓴 글이라 사진 어디서 퍼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구글에서 저작권항목 체크하고 검색한건 분명함)

오유 게시물 정책과 사용법을 잘 몰라서.. 앞으로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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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우리나라 우주과학기술예산으로 3,740억이 배정되었더군요... 삽질예산이라는 비판도 있는것 같습니다.

재미삼아 로켓의 경제학 이야기 하나~~


우주로켓기술은 사실 군사적인 이유로 시작되었습니다.
냉전시절에 미-소 양국은 정치적 목적, 국력과시, 군사적 우위선점을 위해 우주개발에서 경쟁했죠.
이 무렵에는 비용의 문제 보다는 더 좋은 기술력, 크고 멋진 로켓 개발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미국은 새턴-V로켓으로 아폴로우주선을 쏘면서, 기존의 케로신(등유) 엔진보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액체수소엔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새턴-V는 1단의 F-1엔진은 비록 당시까지 최대의 케로신엔진이었지만 2, 3단은 유명한 J-2엔진을 사용.

당시까지 소련은 미국보다 로켓엔진기술이 뒤쳐져서, 작은 케로신 엔진 여러개를 묶어서 큰 로켓을 쏘아올리는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처럼 크고 강력한 케로신 엔진도 없고, 액체수소엔진도 없고...

미국은 우주왕복선 시대로 접어들면서 아예 액체수소엔진에 매료되어 케로신엔진은 등한시 합니다.
하지만 소련은 붕괴 직전에 에네르기아 로켓(부란을 쏘아올린 녀석)을 만들면서 F-1엔진을 능가하는 괴물엔진 RD-170까지 만들죠.

RD-170은 무려 7,400KN 추력을 내는 4개 노즐로 구성된 케로신 연료를 쓰는 단일엔진입니다.
(F-1은 노즐 한개지만 6,800KN 추력....)

이후 소련은 망하고... 그 유산은 그냥 남아서 큰 진보없이 러시아에 계승되어 옵니다.


미국은 우주왕복선에서 메인엔진으로 2,300KN의 추력을 내는 액체수소엔진을 3개나 사용하죠.
하지만 액체수소엔진으로 구성된 로켓시스템은 엔진의 효율성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서 통상 거대한 연료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초기 이륙시 추력비가 낮게 세팅되기 마련이어서, 부족한 이륙시 추력을 고체부스터로 보완하는 편이죠.

로켓연료는 크게 네종류입니다.

1. 케로신 - 가장 흔히 쓰이는 연료. 등유계열 혼합물이 많죠.

2. 액체수소 - 미국이 젤 선호하는 연료. 엔진의 효율이 케로신에 비해 거의 1.5배 좋음. 이상적인 화학로켓연료죠.

3. 하이드라진 - 유독성이지만 단순접촉으로 재점화가 가능, 우주공간에서 항행용 엔진에 아직 많이 쓰임. (메인엔진용으론 위험)

4. 알루미늄혼합물 - 흔히 고체연료라는 녀석입니다. 고체부스터 원료죠. 군사용으로 많이 쓰임.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거.


우주왕복선을 봅시다.
비싼 액체수소엔진 3개를 오비터에 장착해서 그대로 가지고 귀환하므로 재활용해서 비용절감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엔진의 여분재고가 미국에 아직 잔뜩 있다고 합니다. 이건 엔진 재활용률이 그다지 높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액체수소 사용시 필연적으로 연료탱크가 커지게 됩니다. 역시 연료탱크제작단가의 상승을 의미함.

게다가 우주왕복선 초기이륙시 대다수의 추력을 담당하는 거대한 고체부스터 2개...
껍데기는 낙하산 회수해서 재활용하지만... 그 연료 자체가 비싼겁니다.
(고체연료는 케로신에 비해 연소효율이 좀 나쁩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약 80% 수준??)

하지만 고체부스터는 쉽게 점화가 가능하고, 구조가 단순해서 오작동의 우려가 적죠. 부피도 작고...


액체수소엔진은 개발도 케로신에 비해 어렵고, 큰 추력의 엔진도 만들기 더 어렵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추력의 액체수소엔진은 약 3,100KN 추력까지 냅니다)

그리고 액체수소엔진의 강점인 오랜 연소시간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 연료탑재량을 늘려야 하는데요...
그러자면 가뜩이나 부피가 큰 액체수소탱크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해서 연료탱크값이 계속 올라가고, 큰 덩치에 비해 추력이
약하게 세팅되기 쉬워서 부족한 이륙시 추력을 보조부스터로 해결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액체수소로켓엔진으로 인해서 주변조건들이 안좋아지는셈...


반면에 러시아는 괴물엔진 RD-170을 절반 다운사이징한 RD-180엔진을 대량생산하고 있습니다. (노즐 4개 -> 2개로 줄인것)
엔진 한개의 추력이 4,000KN이 넘죠. 연소효율도 해수면-진공에 이르기까지 괜찮은 편입니다. 신뢰성도 높고요.

1.jpg



미국은 우주왕복선 시절에 주력 우주발사체로 타이탄-IV라는 녀석을 운용했습니다.

2.jpg

딱 봐도... 우주왕복선 닮은꼴입니다.

양츠에 거대한 고체부스터(우주왕복선꺼와 거의 같은 스펙, 크기), 메인엔진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추력의 액체수소엔진,
거대한 메인연료통... 약 25톤 가량의 대형화물을 한번에 우주에 운반할 수 있었죠.

그러나 우주왕복선과 마찬가지로 발사가격이 비쌌습니다. 막판에는 한번 발사에 5천억이 들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비용문제로 더 경제적인 대형발사체가 필요했고, 2005년경에 퇴역했습니다.


미국은 록히드마틴과 보잉, 그리고 두 회사의 합작사가 우주발사체 시장을 거의 독점해왔고요...
현재 주력발사체로 아틀라스-V, 델타-IV 로켓을 운용중입니다. 둘 다 타이탄 로켓을 비용절감하려는 목적이 보여집니다.

이 녀석이 아틀라스-V 입니다.

3.jpg

1단 메인엔진은 러시아의 RD-180 입니다. 원래는 미제 케로신 엔진 3개를 썼는데 RD-180 한개면 추력도 해결되고,
연소효율도 좋아서 오히려 운반중량이 증가해서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네요. 심지어 엔진가격도 더 싸다는...
(미국식 개발방식은 인건비 등으로 비용상승하고, 케로신 엔진은 오래 등한시해서... 새로 개발하는데 걸리는 비용, 시간도 문제)

1단을 오랜만에 액체수소가 아닌, 케로신을 쓰는 미국의 주력로켓입니다. 케로신엔진이다 보니 메인연료통이 비대해지지도 않고,
적당히 연소하고 버리면 되니까 보조부스터가 작습니다. (중량에 따라서 작은 부스터 2~9개 선택적 사용)



다음은 오리온 우주선 시험발사로 유명한 델타-IV 헤비입니다.

4.jpg

델타-IV로켓은 전통적인 액체수소엔진의 극대화판입니다. 메인엔진은 3,000KN을 넘는 추력을 내죠.
그리고 아예 똑같은 메인엔진과 연료통을 양쪽에 병렬로 연결한게 헤비로켓입니다. (중량에 따라 부스터를 작은 고체부스터 쓰기도)

델타-헤비 로켓은 고체부스터 도움없이, 아예 액체수소부스터를 쓰는 셈입니다.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비용성은 글쎄요??


얼마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미국이 러시아 경제재재를 가하자, 러시아가 미국에 RD-180엔진 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뭔데 고작 로켓엔진 한종류 금수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하는가??
(실제로는 러시아는 그런말 진지하게는 안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미국 내부에서 위협론이 더 크게 나온거라고..)

당시 미국내에선 중요한 전략자산인 우주발사체의 핵심엔진을 외국에 아웃소싱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한 신규 우주발사체 시장 참여자들이 있었죠.


스페이스-X가 주장하는... 미국의 우주발사체 시장의 거품은 이런겁니다.

- 록마, 보잉을 위시한 군산복합체들과 소수의 로켓부품제조사들의 오랜 시장담합.

- 관료화된 NASA와 공군의 시스템으로 인력낭비가 심해서 비용이 상승함.

- 기존의 기술력에 집착하는 설계방식으로 오히려 제작비용이 상승. (액체수소엔진 편애를 꼬집은거죠)


스페이스-X는 나사가 우주선 발사카운트에 전문인력까지 고용해서 비용낭비가 심한것을 지적했죠. (자기들은 자동시스템화)
그리고 로켓부품 하나 제작의뢰했더니 부품제조사에서 배짱으로 나와서 자기들이 직접 제작하니 훨씬 싸더라고....

그리고 스페이스-X는 크고 기술력높은 대형엔진을 쓰는것보다 차라리 한가지 종류의 고효율 케로신 소형엔진을 만들고,
그걸 대량생산, 클러스터링 해서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크기의 로켓을 만드는게 경제성이 높다는 주장을 하고 나왔죠.

5.jpg

그래서 나온게 팰컨-9 로켓 개념입니다... 소형의 엔진 9개를 묶어서 저렇게 한개의 대추력 로켓을 구성.
그리고 저런걸 또 3개 묶어서 델타 헤비로켓처럼 대형발사체 제작.

팰컨-9 로켓은 같은 중량을 우주에 보내는데 델타로켓이나 아틀라스에 비해 최대 1/7까지 저렴하다고 주장합니다.
절반만 싸도 대박인데 말이죠...


미국과 함께 유력한 우주발사체 국가인 유럽연합, 일본은 미국 교과서에 따라 액체수소엔진에 처음부터 푹 빠졌습니다.
높은 효율의 액체수소엔진과 거대한 연료통, 그리고 부족한 이륙추력을 보완할 비싼 고체부스터..

그럼에도 유럽연합과 일본은 미국의 로켓시장풍토와 다르게 뭔가 비용절감을 해서 미국 로켓대비 조금 싸다는걸 강조하죠.


러시아는 그간 기술적 진보가 별로 없다가... 나로호에 쓰인 RD-191엔진을 통해서 앙가라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하죠.
앙가라는 중간 규모의 로켓엔진 한종류를 대량생산해서... 그걸 3개 묶어서 일반적인 발사체 구성...
그런 발사체 3개를 다시 묶어서 대형로켓 구성... 이런 식으로 경제성 높은 발사체 시스템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스페이스-X의 방향과 매우 흡사해서... 작은 추력의 소형 케로신 엔진 한종류를 개발하고,
그걸 여러개 묶어서 발사체를 구성하는 방향입니다.

스페이스-X, 앙가라, 우리나라시스템 모두 작은(또는 중형)엔진의 대량생산과 유닛조합, 클러스터링으로 다양한 중량발사체 구성.
비용절감이 핵심입니다.


미국 우주왕복선은 화물중량이 최대 24.5톤까지 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아틀라스, 델타-헤비 로켓도 화물중량이 지구 저궤도에 20톤 중반대까지 운반할 수 있죠.

상업적인 우주발사체들은 보통 10톤 가량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까지 운반할 수 있습니다.
20톤 넘는 화물을 운반하는건 극히 이례적이죠.


왜 20톤이 넘는 대형화물 발사체가 필요하냐면... 냉전시절부터 미 공군의 요구조건입니다.
키홀과 같은 군사위성은 엄청 무거우니까요.

그리고 소련도 역시 20톤이 넘는 중량물을 우주로 나르기 위한 고유의 발사체가 있었고요 (프로톤 같은... 사고율은 심각했지만)
냉전 말기에 개발한 에네르기아는 아예 80톤 짜리 초대형 군사위성을 한번에 우주에 올릴 수도 있었습니다.


현재 미국에 20톤짜리 발사체가 필요한 이유는... 군사위성, 그리고 대형과학위성, 또는 오리온우주선(20톤입니다)을
나르기 위한 발사체가 필요해서 입니다. 아니면 외행성으로 보낼 장거리 탐사선 같은....

ISS에 사람을 보내거나, 물자를 운반하는건 페이로드 중량이 10톤 미만의 발사체로도 충분하니까요.


우리나라가 돈만 지불하면 다른 나라의 상업발사체를 이용해서 10톤 가량의 중량위성도 쏘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위성은 독자발사체가 아니면 불가능하죠.

그리고 우주발사체 기술은 장거리 로켓기술과 일맥상통하는 점도 있습니다.
우주발사체를 전략자산이라고 부르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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