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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머니
게시물ID : sewol_451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당근있어요?
추천 : 4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17 13: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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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었더랬지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나를 첫 직장에서 진도로 보냈을 때
 
왜 하필 나인가, 짜증이 가득했었습니다.
 
2박 3일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두 눈 감고 두 귀 감고, 방관자마냥 자리를 지키다 오는 것이
 
제 일이었는데요.
 
나름 심리적인 충격을 받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노력했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부슬부슬 비가 오고,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 유족들의 고함소리와 울음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된 그곳에서
 
한 어머니가 체육관 입구 쪽에, SAMSUNG 이라고 쓰여진, 우리집에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커다란 디지털 티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계셨습니다. 깍지 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으신 채
 
다른 유족들처럼 눈물을 흘리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간절하게 기도를 하지도 않으셨지만
 
심지어 일견 평온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알게 되더군요.
 
아. 이건 평생 잊혀지지 않겠구나.
 
 
사실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자고 다른 분들이 소리쳐 외칠 때
 
저는 지난 1년 간 애써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가 차츰 희미해지고 저도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세월호 기사나 게시글이 눈에 띄면 한쪽 가슴이 덜컹거립니다.
 
비. 안개. 소음. 자살. 지독한 아수라장 속에서 유독 고요했던 그 분. 그 어머니는 어떻게 되셨을까. 하고요.
 
 
 
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기억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제는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그 분을 보내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이제야 조금씩 꺼내볼 수 있게 된 내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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