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되면 습관처럼 금남로에 갑니다.

가야할 것 같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거든요.

그러다가 2012년도에 제 홈피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서 사진과 함께 올려봅니다.

사진을 보면서 저랑 같이 망월동에 가보시는건 어떨까요?

저는 5.18 민주화운동이 벌어진 1980년에 태어났습니다.

고향은 남원입니다. 옆동네이긴 하지만 부끄럽게도 고등학교 시절까지 5.18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가끔 할머니의 옛이야기로 그날의 기억을 듣곤 했습니다.
1980년 오월, 남원에서 광주로 가는 모든 길목 마다 탱크 두대가 길을 막고 서 있더랍니다.
순창으로도 못 가고, 곡성으로도 못 가고... 

큰딸래미 보러 가려고 그리 노력했는데도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더랍니다.
길은 막히고, 연락은 두절되고, 흉흉한 소식은 들려오고... 제가 아는 5.18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십대가 되어 대학을 광주로 가면서 역사의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책을 읽어보고, 자료를 찾아보고, 망월동 묘역에도 가보고...
진실에 다가설수록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재수 시절 알게된 서울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조심스럽게 5.18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군대 시절 알게된 부산의 동기 녀석과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20년을 진실을 모르고 살았던 것처럼 말이죠.

복학을 하고 나서는 후배들과 함께 걸어서 순례하는 기분으로 5.18 국립 묘지에 가곤 했습니다.
2002년이 되어서야 국립 묘지로 승격이 되었더라구요. 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망월동은 조금씩 잊혀져 갔습니다.
다시 오월이 되면 글을 적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다시 그곳에 갈 생각을 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저께군요. 수요일... 문득 갑자기 그곳에 가고싶었습니다.
오늘 사진은 그날 발걸음에 따라 보이는 것들을 담아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