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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부제 : 죄송해요 지나가던 아가씨)
게시물ID : humorstory_436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북치는청년
추천 : 8
조회수 : 62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5/23 13:43:28
오늘 아침 힘세고 강한 아침!을 외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닝습후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리프트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서리 구름과자에 불을 붙였죠.

그러다가 바람 타고 날아온 전단지를 봤는데 스포츠 센터 전단지였습니다.


'필라테스, 헬스, 수영, 플라잉 요가'


가장 눈에 띄는 저 문구를 보는 순간 온갖 생각이 들더군요.


'플라잉 요가? Flying Yoga?

플라잉 = 날고있는, 요가 = 말 그대로 인도의 그 연체동물 마냥 뼈 없는것처럼 사지가 쫙쫙 접히고 흐느적대는 운동???

날아댕기며 요가한다???  아님 뛰면서 요가??? 

이게 왓더헬 선오브비스켓 갓댐잇 마더빠더 도대체 무슨 소리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궁금해서 머리에 쥐나겠더군요.

하필 모바일도 안 가지고 나와서리 검색해볼수도 없고.......


그러고 혼자 담배 물고도 습후습후 하는것도 있고 지랄발광 궁금해하고 있는데 

어느 아가씨분이 제 앞을 지나가길래 아직 잠에 덜깨서인지 저도 모르게



본인 : 어이 아가씨, 플라잉 요가라는게 대체 뭐야???



......라고 지껄였습니다.



당연히 그 아가씨는 왠 모르는 머리는 떡지고 면상에는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후드티 입고 담배 꼬나 물은 국가공인 아저씨(민방위)가 갑자기 반말로 생뚱맞게 

길도 아니고 '플라잉 요가'가 뭔지 물어보니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그 아가씨는 뒷걸음질 치면서 



"모 몰라요 누구세요"



라고 하시더군요.

그 아기냥이 앞의 심쿵한 징어마냥 덜덜 떨며 하는 말을 듣고 

제 행색에 대해 잠시나마 심각한 고찰을 하고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누가봐도 지나가던 미녀에게 껄떡대는 양아치로 밖에 안 보이겠구나'

라는 자체 협의점을 내린뒤 - 회의록에 작성하게 김대리, 싸인 꼭 받고 스캔떠서 참석자들에게 메일로 송부하게 -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순간 든 생각이


'허걱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한거지?!! 아무리 전여친느님에게 차인지 얼마 안되었다고 해도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

문명인답게 겁에 질린 저 아가씨가 무안하지 않고 그저 어리석고 멍청한 영혼의 소유자인 

이 노총각의 해프닝으로 하하하하 웃으며 넘어갈 대사를 검색해서 출력해내라 띠리릿띠리리 

- 아 김대리 그거 하나 찾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나 -'


뭐 대충 이랬습니다.

- 아가씨 발치에 있는 전단지를 보고 플라잉 요가라는게 도대체 뭔지 너무 궁금해서 저도 모르게 물어봤다 - 

라고 말하려했는데 입술을 떼는 순간 그 전단지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더군요.

그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 나온 말은



본인 : 번호 좀 주세요, 어떻게 말 걸어야 할지 몰라서 저도 모르게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응?!!

내가 드디어 연속된 격무와 야근그리고 뻐킹할 주말 워크샵에 미쳐가는구나 싶었는데



지나가던 아가씨 : (손에 쥔 핸드폰을 뒤로 숨기며) 저 저 핸드폰 없어요 죄송합니다 (후다닥)

System : '지나가던 아가씨'님이 전투에서 이탈하셨습니다!



.....라고 하시며 도망가시더군요.

아무리 내 행색이 거시기하고 제가 다 잘못했고 죄송하고 다 이해하는데

......상처 받았음.
 





PS. 경기도 XX시 XX2동 XXX아파트 단지내에서 07시 즈음에 이 일을 겪으신 지나가던 아가씨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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