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적이 어중간했다.
그때만 해도 미대입시는 실력있는 애들이나 공부까지 더 해서 상위대학에 가는 분위기였지 나머지들은 그림을 더 잘그려 정시나 수시에 떡하니 붙으면 그만이던 때였다(지금 듣기로는 이제는 성적마저 엄청나게 중요해졌다고 하던데...).
그러나 친가외가 거기다 부모님까지 선생님들이 우글우글. 교육자 집안이니 너무 공부를 소홀하게 한다는건 안될일이라 카시며 나를 언어학원 한 곳, 외국어 학원 한 곳에 나를 보내주시더라.
금연법은 외국어 학원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들은 얘기다.
이 선생님께서는 어린시절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되신 분이다. 늘상 교실에 들어가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셨고 50평생 목발을 집고 사셔서 상체의 탄탄함은 고릴라를 연상케 했다. 주먹 또한 무진장 크셨다.
수업은 나와 다른 학교 학생, 두 명이서 들었는데 주로 문법과 관련된 것들을 많이 공부했었다. 수업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사적인 얘기는 딱히 많이 없었다. 남자 셋이서 앉아 얘기하는데 한창 어른이신 선생님과 여자얘기를 낄낄거릴수도 없고, 안그래도 공부하러 왔는데 또 성적이나 등수에 관한 얘기를 하고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다 어느날 문제를 다 함께 풀때였다. 문제의 문장은 대략 이랬다.
[니들이 암만 야채과일 싸그리 무 봐야 담배 물면 고마 도루묵이다]
이렇게 담배얘기는 시작됐다.
선생님께서는 젊은시절부터 십수년 전까지 자신을 상당한 골초라고 얘기하셨다. 담배를 보루 단위로 구입하신 뒤에,
침대옆에 한 보루(일어날때 피기위해)
자동차에 한 보루(차타고 가시면서 피기위해)
학원 자기 책상서랍에 한 보루(일하시면서 피우기 위해)
가방에 몇 갑정도(이동중 피우기 위해)
상상이 되는가? 그 분의 인생에 담배란 옷과같아서, 몸에서 떨어진적이 없었던 것이다.
더 신기한건 몸에 아무 무리도 없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선생님은 사랑하는 담배와 수십년을 함께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절대절대 쩔때로 몸에서 떨어진적 없던 담배가
사러가는걸 며칠간 까먹었다는 이유로 다 떨어진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담배를 사러가기 진짜 귀찮아서 10수년째 금연중이라고 하셨다.
1%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