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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싸구려 소파에 앉은듯한..
게시물ID : freeboard_8793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
추천 : 5
조회수 : 4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30 18:00:56
뻘글입니다.

주말이고, 특별히 할일도 없어서 저녁에 먹으려고 집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을 샀습니다.
맥주를 계산하면서, 문득 담배를 좀 사려고하니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뭐지,맥주는 되는데 담배는 안되나...?' 는 생각을 하며 맥주와 담배를 사들고 나왔습니다.
아마 담배가 단속이 더 심한가 봅니다.

실은 저는 술도 별로 안좋아하고, 담배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질어질한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몸이 약해서 다음날 숙취를 이기지 못합니다.
그래도 맥주 정도야 가끔 시원한 맛에 마시고,
사람들끼리 모이면 어쩌지 못해서 분위기에 취하려 같이 마시긴 한다지만,
담배는 저도 정말 왜 피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담배를 처음 피웠던 것은 군대였습니다.
선임이 권하는 담배에 호기심에 몇번 피워봤지만,
그 때는 흥미도 없고 속만 메스꺼워져서 곧 그만두었습니다.
시간이 좀더 지나, 재작년쯤부터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몸도 마음도 조금 지쳐있었습니다.
담배를 핀다고 딱히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웠습니다.

그런 기분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시외버스를 타면 싸구려 느낌이 드는 낡은 시트 의자가 있습니다.
시트는 인조가죽인 레자로 되어있는데, 싸구려라 그런지 모서리 이음메나 가운데가 터져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속에는 낡아서 푸석푸석한 스펀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 의자가 답답할 정도로 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고, 나는 그 속에 앉아 있습니다.
좁디좁은 공간에 앉아있다 보면 손을 둘데가 마땅치 않아서 다리 아래로 손을 깔고 앉습니다.

심심한 손은 의자를 더듬다가 의자가 터진 구멍을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집어넣고 후비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의자에 들어있는 스펀지를 보셨으면 알겠지만,
커다란 한덩어리의 스펀지가 들어있는게 아니라 조그만 스펀지 조각들이 뭉쳐진채 들어있어서,
조금만 후비면 스펀지 조각들이 떨어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주 낡고 오래된 의자의 경우에는 스펀지가 삭아서 손가락이 살작만 닿아도 부스러져 가루가 되어버립니다.

비슷한 재질의 싸구려 소파가 집에도 하나 있었습니다.
소파를 자꾸 후벼파다보면 속을 채우고 있어야 할 스펀지가 빠져나가서
소파는 점점 앙상해지고 너덜너덜해집니다.
소파 주변은 온통 터져나온 스펀지들로 지저분해집니다.

담배를 핀다는 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제게는
낡은 싸구려 소파에 앉아 스펀지를 후벼 파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생이 남루하고 너덜너덜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의 의미 없는 몸짓입니다.
그럴수록 몸도 마음도 더 망기지고 너덜너덜해진 다는 것을 알지만,
원하는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허전해 할수록
점점 더 허전해 질 것을 알고 있지만,
바보같은 습관을 쉽게 버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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