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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V관련 공지에 대한 잡설..
게시물ID : freeboard_8906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2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6/04 05:55:56
개발자의 한사람으로 운영자님의 이번 공지에 대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드네요.
다른 개발자 유저분의 글처럼,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짜는 일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닙니다만 현실적으로 여러 난제들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개발을 건축에 비유한 글을 얼마전에 봤었는데요, 참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된, 건축이 완료되고 몇번의 리모델링을 거친 프로젝트는 코드가 상당히 복잡하고 난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이 벽 안에, 바닥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기 힘든 그런 상태인거죠. 그러기에 이 건물에 뭔가 사소한 것 하나를 추가할 일이 생기더라도 그간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관리해온 인력이 아니라면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건축은 잘 몰라 이런 짓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벽 위에다 중간중간 나무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합판을 덧대는 시공을 했다고 칩시다. 훗날 누군가 그 벽에 못을 좀 박아 달라고 하면 예전에 그 벽을 공사한 사람이 못을 박는다면 어디에 뼈대가 있고 어디가 '합판뒤에 공간있어요'하는 곳인지 대략 알고 있을 겁니다. 뼈대 위치에다 정확하게 못을 박아 깔끔하게 일을 끝낼 수 있겠죠. 그러나 그런 것을 전혀 모르는 새 일꾼에게 못 하나 박아달라고 하면, 자칫하면 뼈대없이 뒷공간이 빈 곳에다 못을 막다가 벽에 구멍만 자꾸 낸다거나, 겨우 못 하나 박는데 벽 여기저기를 똑똑 두드려가며 그 뒷 공간이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일일이 더듬더듬 추측하고 알아내는 과정을 거쳐 시간을 한참 잡아먹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겨우 못 하나 박는 일에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더듬 시간과 노력을 한참 들여야 하는 사태가 자꾸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하물며 지금까지의 기반을 가지고 그 위에 또 새로운 층을 올리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 붙여가야 하는 일이라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발자의 실력을 따질때 남이 만든 소스를 빠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해 새로운것을 잘 붙이는 능력을 높게 쳐주는 이유가 여기있고, 개발자들에게 코드에 주석을 달고 추후 다른 이들이 이 코드를 인계받아 짤 수 있게끔 최대한 여러방법으로 가이드를 남기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죠. 문제는 오유가 그동안 꽤 오랜시간을 운영자님 혼자 힘겹게 이끌어오면서 이런 가이드 없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개발된 부분이 많을거라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걸 이어받아 개발해줄 개발자를 뽑는다는게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죠. 일은 크게 보람없이 짜증나고 번거로운데(개발자들도 보통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자신이 직접 시작해보는 도전을 좋아하지 남이 이미 만든거 꾸역꾸역 유지보수하는 것으로는 큰 의욕을 느끼지 못합니다..) 요구되는 능력치는 꽤 높고, 그에 비해 오유 바보님이 줄 수 있는 페이의 한계치는 정해져 있을테고.. 그래서 아마 그간 개발자 구인이 힘들었던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운영자님 성격상 이 일의 규모에 맞는 합당한 금액을 제시하셨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금액이 합당하다고 그 일에 매리트를 느끼란 법은 없는 거니까요.. 그렇다고해서 이 일에 적당한 금액 이상의 돈을 제시한다는 것도 문제구요. (유저분들 의견 중에 유저 기부를 받아서라도 높은 금액으로 개발자를 고용하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또한 비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리펙토링과 몇몇 급한 기능 구현을 위해 단기간 동안 고스펙의 개발자를 비싼 돈 주고 고용해 '급한 불을 끄고 보는'식으로 한다면, 결국 이 개발자와의 계약이 끝난 후에 똑같은 문제가 남습니다. 추후에 누군가는 다시 '남이 짜둔 코드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겠죠. 최대한 인수인계를 위한 준비를 해둔다고 해도..한계는 있을테니까요. 그렇다고 아예 장기간 쭉 같이 갈 직원으로서 작업 대비 높은 페이를 제공하며 개발자를 뽑는다면 이 부담이 날이 갈수록 더 커질수 밖에 없을겁니다. 급하다고 해서 10짜리 일을 15만큼의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버리면 매달 5만큼의 추가 금액이 계속 줄줄 새나가는 상황이나 다를바 없는데 이게 1년 2년 계속되면...문제가 될 수 밖에 없죠)

그렇다고 이걸 다 새로 갈아엎는게 답이냐...하면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오유라는 커다란 집은 기본적인 건축이 완료된 후에도 아주 오랜 기간동안 유저들의 사소한 편의 하나하나에 대응해 추가/수정이 이뤄져 왔습니다. 첫 건축 설계도와는 다르게 창 크기가 아주 미묘하게 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의미없어 보이는 벽의 구멍 하나하나까지도 어떤 필수적인 목적을 위해 뚫려 있는 것일 수 있죠. 평소에 '저건 왜 저기 있는거지' 싶은 의미불명의 구조물 하나가 그 방 안의 채광이나 온도, 습도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유라는 커다란 커뮤니티 사이트를 새로 갈아 엎는다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기획/개발자들을 아무리 많이 투입한다고 해도 이런 부분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 알아내고 미리 계산할 수는 없는 일이죠. 기본적인 골격과 설계는 동일하게 해서 기존 오유와 완전 쌍둥이마냥 똑같이 생긴 건물을 쭉쭉 올렸더라도, 십수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입주해 살면서 mm단위로 섬세하게 다듬은 그 모양을 그대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십수년에 걸친 '미세조정'은, 새 건물로 옮겨간 사람들이 다시 수년의 시간을 살면서 하나하나 다시 맞춰갈 수 밖에 없죠. 이 과정에서 참 별의 별 일이 다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 오유 이용하면서 그닥 인지조차 못하고 있던 편리한 부분들이 새 집에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문제는 이게 어디서 뭐가 연관되어 일어나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 조차 어렵다는 거죠. 이런 시행착오를 한참이나 거쳐야 할겁니다. 제아무리 똑같이 만든다고 해도 십수년간 손을 탄 그 모양 그대로를 완벽히 옮길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게다가 이런 '처음부터 다시 짓는' 과정은 상당히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 기간동안 뭔가 '새로운 기능'의 추가 같은 것은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말이죠. 지금 운영자님이 올리신 향후 해결할 과제 중에 보안과 관련된 수정 같은 일들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입니다. 오유에 대한 해킹 등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들이죠. 사이트 운영이란 늘 이런 시급한 보안 문제들과 마주치는 일입니다. 당장 눈앞의 보안이슈를 해결하는 것도 급한 문제이지만, 오유를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그 기간, 최소 몇달이 걸릴 기간 동안 이런 보안 이슈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면 그에 빠르게 대응할 여력이 없어진다는 점 역시 큰 문제입니다. 보안 문제 뿐 아니라 기능 수정이나 디버깅 같은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일단 지금 오유를 한번 갈아엎고 정리하기 위해 깔끔한 형태로 새로 짓느라 다른 여력이 없는 상황인데, 그 기간동안 기존 거주민들은 옛 오유에 남아 기다리고 있어야겠죠. 근데 막 몇층 화장실이 막히고 역류하고 난리가 납니다. 어느 층은 복도 전기 배선이 문제인지 전등이 어두워 치안 문제가 발생합니다. 새 건물 짓느라 운영자와 관리인력들이 모두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일들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힘들어질 뿐 아니라, 이런식의 옛 건물에 대한 수정이 자꾸 이뤄지면 그것을 청사진 삼아 똑같이 그대로 옮기고 있는 새 건물 건축도 덩달아 그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식으로 일이 자꾸 늘어납니다.

결국 오유를 새로 만든다...라는 것은, 지금 오유를 닫아놓고 한 몇달간 새 오유를 만들 시간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한동안 기존 오유에 대한 운영은 운영대로, 새 오유를 만드는 일은 새로 만드는대로, 게다가 기존 오유에 온갖 시급한 문제들이 터져나올때 그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인데 그런식의 수정이 새 오유 건축에도 다시 영향을 미치는 등등 매우 복잡하고 힘든 일이 된다는 거죠.

물론 그럼에도 옛 SCV를 다시 끌어들여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당시 그 사건이 오유와 오유 유저들과 운영자님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후폭풍을 남겼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많은 분들이 친일 부역한 이들을 다시 끌어다 높은 자리 앉히는 것에 비유하시는데 전 그보다는 페이퍼클립 프로젝트에 비유하고 싶네요. 2차대전 끝난 후 나치 과학자들을 미국이 데려다 일 시켜먹은 것이요. 운영자님이 단순히 친목이나 다른 이유로 SCV를 다시 데려오자는 것은 아니니까요. 기술적 문제 때문에 데려오자는 그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다만, 페이퍼클립 프로젝트로 미국의 로켓 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이뤄 우주개발도 하고 그러긴 했지만 나치 잔당들에게 면죄부를 안겨준 것은 옳지 않은 일이죠. (하일 하이드라! ...캡틴 아메리카 개그..)

SCV에게 직접적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나, 그로 인해 오유가 어떤 홍역을 겪었는지를 생각하면 그런 인물을 다시 쓴다는 것에 저 역시도 매우 부정적이고 이걸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제안을 꺼낼 수 밖에 없는 운영자님의 고충도 깊이 이해가 가네요.. 뭔가 참 양쪽 다 이해가 가고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실컷 길게 주저리주저리 글써놓고 결론도 없이 이게 뭐냐..고 하시겠지만 진짜 양쪽 다 옳은 이야기라 저도 어느 한쪽 의견에만 동참하기가 어렵네요..

다만 한가지, 다른 커뮤니티 운영자라면 그냥 은근슬쩍 사람들 몰래 SCV 데려다 일 시키고 넘어가는 식으로 했을지도 모르는데 바보님은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유저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상의해 주시네요. 새삼 바보님의 인품에 다시 감탄합니다. 바보님 힘내세요. 어느쪽으로 결정이 나건 마음이 편하지 않을거 같지만 그래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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