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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너는 나의 봄이다.
게시물ID : freeboard_895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새닉네임
추천 : 1
조회수 : 1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6 03: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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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늘부터 우리 부서에서 같이 일할 정시경씨입니다.

텃세 부리지 말고 살살 좀 다뤄줘. 가족같은 분위기. 알지?“

김부장님의 소개에 제각기 일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안녕하십니까, 정시경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하며 사람들을 슥 훑어봤다. 오늘부터는 이곳에서 일을 한다.

업무야 늘 하던 업무고 회사만 바뀌었을 뿐이니 동료들을 잘 만나야 할텐데..

첫 시작은 늘 긴장된다. 다들 무난해보이....? ? 낯이 익은 얼굴이 보인다.

어디서 봤는데.. ?? 누구?? 저쪽도 날 알아 본 거 같다. 어디서 봤지?

갑자기 옛 생각이 든다. 그래, , 맞아.

 

첫날이라 오전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점심식사 후에 잠시 쉴 겸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안녕, 오랜만이네.”

김해인이다. 아니 박해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어쨌든 해인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럼, 어쨌든 누나잖아. 비록 일년짜리 누나지만

누나는 무슨.. 나이도 같으면서..”

서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적어도 표면상으론 그녀는 누나였다. 아버지의 재혼상대의 딸.

그게 그녀였다. 하지만 나이도 같고 생일도 얼마 차이 나지 않아서 한번도 누나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사실은 누나라고 부를 상황도 없었다. 그녀와 한집에서 살기 시작한지 일년도

되지 않아서 아버지와 그 분은 헤어졌다

그리고 그 일년동안 사춘기였던 우리는 각자 방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마주칠 일도 별로 없었다.

참 사람 오래살고 볼일이야.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는걸.”

그러게 말이야. .... 잘 계셔?”

, 우리 엄마? 잘 계시지. 시골에 찻집 내셔서 요즘은 그걸로 소일거리 하고 지내셔.

아버지는?“

, 우리 아버지도 뭐 그럭저럭 잘 지내시지.”

우리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 까지 그냥저냥 사는 안부를 물었다.

이렇게 얘기가 잘 통할지 알았다면 그때 좀 친하게 지낼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우리는 그 뒤로도 종종 점심식사 후 옥상에서 마주치면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눴다.

회사 욕도 하고, 친구 얘기도 하고, 재테크 얘기도 하고..

해인이에게는 남자친구가 있고 아마도 결혼까지 생각하는 거 같다.

종종 남자친구 흉도 보곤 한다. 그래봤자 바빠서 못 놀아준다 정도의 응석이지만...

 

, 맛있는 밥이 먹고 싶다.”

“?뭔소리야. 맛있는 밥이라니 .. 맛있는 술이라면 몰라도..”

넌 그래서 지금 솔로인거야. 여자라면 맛집에 환장하는 거라고.

매일 같은 곳에서 하는 데이트는 질려. 맛있는 곳에 가고 싶어. 맛있고 새로운 곳

좋아, 그럼 특별히 맛집을 소개해 줄게.”

...................

어휴, 이 길치야, 왜 이 쉬운 설명을 못 알아들어?”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 듣지 못해서 결국 회사 업무가 끝나면 같이 가기로 했다

이 곳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데다가 골목 사이로 들어가는 곳이라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해인이는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최고, 최고. 이야~ 너가 이런 곳도 알고 있고.. 다시 보이는데..”

전에 만나던 애가 가르쳐 준 곳이야. 남자친구랑 꼭 와. 몸소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줬으니까.”

, .”

그 뒤로도 종종 평일에 업무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해인이와 밥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 이런 곳엔 여자 친구랑 다녀야 되는데 하고 투덜투덜 거리면 

해인이는 그 여자친구가 다시 생기는 날은 도대체 언제냐고, 전설의 인물이 아니냐고 코웃음 친다.



벨이 울린다. 주말에. 발신자를 보니 해인이다. 주말이면 남친이랑 룰루랄라 놀러 다닐 때인데..

?”

나와라.”

니네 그분은?”

회사에서 호출 받고 일 가셨다. 써글놈, 써글놈의 회사. 주말에 부르는 회사나 주말에 부른다고 나가는 놈이나.”

내가 심심풀이 땅콩이냐? 싫다. 안 나간다.”

나와라. 할 것도 없잖아. 씻지도 않고, 이불도 펴놓고, 폐인모드로 뒹굴 거리는 거 다 안다

오면 밥 해줄게. 집밥. 집밥 먹은지 꽤 됐지?”

아마 우리집에 몰래카메라가 있나보다. 괜시리 방을 훑어본다.

니네 집 몰라.”

가르쳐줄게.”

귀찮은 가시나. 투덜투덜거리며 대충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르고 모자를 쓰고 나갔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밥 먹고 티비 보고 영화도 보고..

나에게도 형제가 있다면 아니 누나? 혹은 여동생이 있다면 이랬을까?

아버지가 그분이랑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린 이렇게 남매가 되어 있었을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니였을 거 같다

만약 그대로 컸다면 여전히 우리는 서로를 소 닭 보듯이 한집에 같이 사는 동갑의 서먹한 사람으로 인식 했을 거 같다.

지금처럼 편한 사이가 된 건 아마도 우리가 우리 사이에 있던 실낱같은 인연을 끊어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끊어낸 그 실낱같은 인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그 인연이 없었다면 서로에게 우린 박대리, 정대리 였겠지.

 

나 텍트 샀어.”

? 애도 아니고 무슨 오토바이야?”

데리러 갈게. 기다려.”

오토바이 시승식을 했다.

집도 가까운데 버스를 타기엔 가깝고 걸어가기엔 멀고 그래서 작은 오토바이를 장만했다.

해인이한테는 그냥 취미라고 얘기했다. 웬지 너네집 가려고 샀어하면 오글거리고 오버스러워서.. 

그래서 이제는 종종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밤마실도 다녀오곤 한다

그리고 가끔은 내 자취방에서 같이 플스를 하기도 했다. 물론 늘 내가 이겨서 가끔은 져주기도 해야 계속 같이 할 수 있다.

 


오늘따라 해인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요 며칠 좀 이상하긴 했는데.. 내가 계속 이겨서 그런가? 한번은 져줬어야 했는데 ..

나 집에 갈래.”

왜에~~! 남자친구 중국 갔다며. 집에 가도 할 일도 없잖아. 나 새 게임 샀단 말야. 이거 혼자서 하면 재미없어.”

“..우리 사이 너무 이상해. 직장동료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가족이잖아. 누나 왜 그래?”

가족은 무슨.. 우리 한달 차이야. 넌 정시경이고 난 박해인이야

진작부터 가족이 아니였다고..아니, 원래부터 가족이 아니였다고.”

“.. 무슨 일 있어?”

“..프로포즈 받았어.”

, 나도 모르게 가벼운 탄식이 흘러나온다.

“....................축하할 일이네.”

“....................”

해인이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나간다.

해인이가 결혼한다라.. 언젠가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럼 난 결혼식장에서 어디에 서야 하지? 가족석은 아니고.. 친구인가? 직장동료?? 

그런데 왜 이렇게 심장 한 부분이 뜯겨 나간 듯 저릴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결혼, 해인이, 결혼, 해인이, 결혼, 해인이, 결혼, 해인이. 계속 그 생각만 떠오른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해인이네 방문을 두드렸다.

나와봐. 박해인, 박해인, 나와보라고.”

눈물자국이 선명한 해인이다.

가지마, 내가 늘 재밌고 즐겁게 해줄게. 늘 바쁘다며. 늘 외롭다며. 내가 외롭지 않게 해줄게. 가지마, 그냥 내 옆에 있어.”

있으면? 있으면 어떻게 해? 우리 가족이야. 지금은 아니지만 한땐 가족이였다고. 그 손가락질 견딜 수 있어? 원망 안 할 수 있어?”

괜찮아, 난 괜찮아. 너만 있으면 돼.”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이 순간엔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너 얼굴..”

해인이 얼굴 한쪽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파혼 댓가. 남자 생겼다니까.. 너도 조심해. 회사에 찾아올지도 몰라.”

해인이는 씩~ 웃어 보인다.

미안해.’

이제 우리도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는 만나지 말아야 했다. 만났어도 모른척 해야 했다. 알고 있었다면 다가가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만났고, 다가갔고, 내 마음은 멈추지 못했다.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덜 힘들었을까?

어쩌자고 난 한눈에 널 알아봤을까? 어쩌자고 난 너에게 다가갔을까?

하지만 

마침내 만나게 된 넌 따뜻한 나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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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오글거리네요. 성시경의 넌 나의 봄이다를 듣고 떠올랐어요. 

요즘 그 노래에 꽂혀서 미친듯이 듣고 있거든요.

정시경의 시경은 성시경의 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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