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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있는 것들에 바치는 시
게시물ID : readers_201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묻어가자
추천 : 3
조회수 : 4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6 06: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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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산다는 건 꽃이 떨어지는 일이야
 
...
 
난 그것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
불가해한 것들이야
 
...
 
집에 와서 정장을 벗었지
넥타이도 풀고 와이셔츠도 벗었지
그리고 피부를 벗었지
빨간 근육이 드러나고 그것들도 벗었지
그리고 내가 미워져서
성격을 벗어보았지
나만 남았지
아니면 나를 벗은 거지
 
...
 
그는 불굴의 인간이었다
끝없는 어둠을 헤치고 결국 이뤄낸 것이다
자신의 '꿈'을
자신의 '선'을
자신의 'ㄱ'을
'자신'의 ㄴ을
'자신'의 ㄷ을
'자신'의 ㄹ을
'      '
'      '
 
...
 
너는 봉긋한 젖가슴과 엉덩이가 싱그러웠다
그것은 아름다운 윤곽이었다
또한 너의 향기도 좋았다
난 겨드랑이의 냄새를 좋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한 건
웃으며 나를 보던 그 순간들이다
이것 또한 아름다운 윤곽이다
 
...
 
꽃이 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풍겼다
그 냄새는 곧이어 싫어졌다
냄새가 바뀐 건지
내가 바뀐 건지
알 수 없었다
 
...
 
삶에 대해 정의해 보자면 이런 것이다
나는 기억이 없는 존재로서 무한한 어둠을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심해에서 헤엄치는 미지의 생물과도 같았다
저 우주 어딘가 가장 홀로 있는 왜행성이 있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측정불가한 시간동안 눈물을 모으다가
사무쳐서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는 다시 모으길 반복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빛이 환하게 비추고
그녀를 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고 떨어지고 하였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렇게 소근대고 수줍어 하였다
기억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기에 우리는 기억이 없는 것처럼
서로의 눈을 바라보곤 하였다
알 수 없는 옹알이를 서로에게 하다가 뜻이 닿은 건지, 아닌 건지
와락 껴안고 몸을 부비다가 서로의 떨림을 보살펴 주었다
아! '내'가 되었다
 
...
 
지금, 어느 왜행성에서
는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는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군가가 그리워 흐른 눈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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