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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 한숨 나오는 책...
게시물ID : readers_201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이멕스
추천 : 2
조회수 : 688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6/07 23:00:08

 동서문화사판 국부론을 구입했습니다. 동서문화사 판은 책값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책을 받아보고 맨처음엔 솔직히 웃겼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애덤 스미스는 철저히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조작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사상들은 생각외로 충격적 입니다. 

 분업의 효율성을 이야기 하면서 분업의 단점 (한가지 밖에 잘할수 없는 노동자는 다른 분야에서는 소외된다.)

 을 역설하고,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추천하면서 자본가의 이익추구는 제한 되어야 한다는 것과 자본가들은 철저히 이기적이고 이익외에 

공익은 전혀 생각지 않는 인간들이므로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철저히 따져보고 성찰한 후에 받아 들여져야 한다. 

 이 주장을 할땐 진짜 웃깁니다. 내가 읽는 책이 맑스 의 자본론 인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인지 책 표지를 보면서도 한참 햇갈렸죠. 

특히 정부의 무능을 이야기 하는데 애덤 스미스의 분노가 여실히 나오더군요.

애덤 스미스가 "정부는 간섭하지 마라" 이 부분. 사실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하는 짓이 뻔하다. 그들은 자본가들과 한통속이다. 따라서 정부가

어설프게 시장에 개입했다간 자본가들을 위해 온갖 특혜, 독점과 담합을 조장할게 뻔하므로 정부 니들은 나서지 않는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느낌이

팍팍 듭니다. 실제로 애덤 스미스가 낱낱이 밝히고 있는 영국 정부의 모습은 말이 좋아 근대 민주주의 정부이지 사실은 봉건주의 잔재를 그대로 갖고 

있는 권위주의 정부 그 자체 입니다.(왠지 동아시아 반도 국가모습이 떠오르네요. 정부와 재벌과의 담합 시장의 독점 조장 비리 특혜)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한숨만 나옵니다.

 특히 동서문화사는 번역으로 악명이 높더라구요. 뭐 케이스 바이 케이스 지만 국부론 번역이 잘된건지 아님 원서가 어려운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문장 자체가 학을 때는 만연체.. 그 자체입니다. 단순한 단문이 아니라 온갖 설명과 수식 강조가 가미된 복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사어구의 사용

이 장난 아닙니다. 도대체 주어가 무엇인지 동사가 무엇인지 햇갈리기만 합니다. 애초에 영어랑 한국어랑 어순이 다르다 보니 사람 애간장 녹입니다.

일단 영어는 동사가 주어 다음에 옵니다. 따라서 저자가 밝히려는 바가 금방 드러납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동사가 문장 맨 나중에 오다보니.. 

저자가 밝히려는 바가 나중에 드러납니다. 환장하겠습니다. 읽는 순간 내내 원 저자의 뜻을 오해하고 있는지 아닌지 가슴 졸이게 합니다. 문장의 

핵심이 맨 나중에 와버리니 그럴 수 밖에요.. 혹자는 이게 가슴 졸이게 하는 서스팬스 그 자체가 아니냐고 반문 하실지 모르겠지만 절대 아닙니다.

애초에 문장을 꼬으고 꼬은 만연체 이다 보니.. 햇갈리고 난해하게 진술하는데 문장의 핵심마저 맨 나중에 와버려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굴뚝입니다.

책이 250년전에 나온 것도 문제입니다. 250년 전엔 지금처럼 의무교육이어서 모든사람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철저히 엘리트

중심주의 였습니다. 따라서 대중과 소통할 목적이 아닌, 엘리트와 소통할 목적이 되어버려서 교육받은 엘리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문장 스타일에

엄청난 기교가 가해졌습니다. 이를테면 이중부정이 난발하고 쓸때없는 강조문이 난발되어서 문장을 한층 어렵게 만들어 놨습니다. 

특히 경제학 서적의 특성상 비교급이 장난 아니게 나옵니다. former(전자), latter(후자) 이 단어 장난 아닙니다. 한참 읽다보면 전자가 무엇인지 

후자가 무엇인지 안그래도 문장이 어려워 죽겠는데 다시 처음부터 되돌아가야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단어 자체도 상당히 생소합니다.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18세기 유럽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그당시 주로 쓰였던 생산물을 가지고 예를 들고 있는데

이것 자체도 힘들게 합니다. 아마(스코틀랜드의 특산품인 마직물의 주요 원료 입니다. 연회장에서 쓰이는 식탁보인 린넨이 이걸로 만들어 집니다. )

나 귀리, 에일 같은 생소한 농작물이 튀어나오고 현대 영어사전에도 보기 힘든 물질명사도 나옵니다. 

국부론은 18세기 유럽 경제사에 빠삭하게 알고 있으면 의외로 쉽게 읽힙니다. 그러나 우리같은 사람이 그런것을 알리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그 당시 금은 화폐 시세 변동이 어떤지, 어음발행 현황이 어떠한지, 물가 변동이 어떤지 토지가격 변동이 어떠한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시에는 꽤나 화두였을 시사문제 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죠... 사실 국부론은 그 당시 민중들에게도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합니다.  왜 고전은 누구나 사서 아무나 읽는 책이 아닌지를 알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머리 쥐어뜯는건 기본이고 한숨은 절로 나옵니다.

결론은 국부론... 그렇게 만만한 책이 아닙니다. 글을 읽다보면 문장의 길이가 후덜덜 합니다. 그야말로 만연체의 향연 입니다.

일반 경제 교양서 정도로 우습게 봤다간 큰코 다칩니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3회독 이상 읽어야 이해할까 말까 정도입니다.

혹시 번역에 문제가 있어서 원서를 다운받았는데 (참고로 국부론은 워낙 오래된 책이라 현재 저작권은 말소되었습니다.) 원서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혹자는 김수행 교수님이 쓴 비봉출판사 버전 국부론은 조금 쉽다고 하던데 대신 그 책은 동서문화사판 보다 3배 비쌉니다.

혹시 비봉출판사 버전 국부론 읽으신 분 계시나요?? 좀 알려주시길..



참고로 국부론의 후계자 이자, 변형판이라 할 수 있는 맑스의 자본론은 아예 만연체의 끝판왕이라 합니다. 이 책은 너무너무 어려워서 많은 

지식인들이 중도에서 포기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야 말로 학을 때게 만드는 독일 학자식 만연체 이죠.. 그래도 헤겔 보다는 낫다고 하는데..

헤겔은 얼마나 어려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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