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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북카페가 없어졌다
게시물ID : freeboard_9148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컷수컷
추천 : 0
조회수 : 19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3 19:52:34
나이 30살이나 먹었지만 아직 변변한 친구나 애인 없이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지나간 BJ게임 플레이 영상이나 들춰보면서 지내는 주말 잉여인생이다. 남들은 주말마다 시외로 놀러가네, 캠핑을 가네, 친구들과 등산을 가네 하는데 사실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럴 만한친구도 없어서 주말에는 시내로 나가 북카페에서 2시간, 3시간 빈둥거리다 오는 인생이다.

오늘 간만에 시내에 들렀다. 그런데 뭔가 예감이 있어서 버스에서 내릴 때 환승을 찍고 내렸다. 잠시 도서관에 들렀다가 10분 정도 책 뒤적거리고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시내 중심가의 한 건물 3층에 있다. 걸어올라가는 계단의 2층에 다다르자, A4 용지로 성의없이 누군가 카페 층 바로 전 층의 벽에다 붙여놓은 글을 보았다.

"이제 영업 안 합니다."

A4용지 밑에다 누군가 작은 글씨로 "왜요 안 돼요" 라고 써놓은 걸 보아, 장난은아닌 듯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올라가봤더니 좋아하던 한쪽 벽면 가득한 책장도 없어지고 나무로 된 작은 1인용 테이블과 의자도, 늘 들려오던 인디 음악도 없었다. 안에는 부동산 업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로 뭔가 얘기 중이었다.

거기서는 '이제 무료 쿠폰 한 장만 더 채우면 되는 건데', 하는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섰다. 주말에만 오는 시내라, 시내에만 있는 버거킹에서 요즘 행사 중인 햄버거라도 먹어볼까 했지만 큰 의미가 없을 거 같아 바로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까지 걸어서 카드를 찍으니 환승이 찍혔다. 버스에서 내려 주말에만 찾는 소소한 즐거움의 공간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기 까지 걸린 시간이 30분도 채 안 되었던 거다. 지하철에 타고 나서야,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 당분간 시내에 올 일이 없겠구나'

그 동안은 2주에 한번씩, 헌혈하러 들를 겸 가끔 생기는 영화표로 영화나 볼겸, 그리고 뭣보다 그 북카페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게 목적인지라 시내로 오는 날은 유달리 옷에도 신경쓰고 머리 모양도 다듬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일들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거다. 행사 중이던 햄버거 사먹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처럼.

인생의 낙이 이렇게 또 하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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