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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미팅을 한 썰
게시물ID : humorstory_4379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ena1
추천 : 21
조회수 : 2167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5/06/21 10: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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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남중남고 테크트리를 탄 모쏠 친구 세명과 함께 4:4 미팅을 하게 되었다.

시뻘겋게 얼굴이 상기되어선 어쩔 줄 몰라하는 녀석들에게 
미팅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띄우는 것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도 4:4 맞짱 분위기를 어느정도는 해소해야했기에 
자리를 섞어서 두명씩 짝을 지어 앉게되었다.

농구로 치면 맨투맨 모드 
절대적으로 개인 기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긴 침묵을 깨고 건너편에 경제학과에 재학중인 친구가 
마침내 첫 썰을 푸는 것이 들려왔다.

그는 놀랍게도 미국 연준 금리인상에 대한 시기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자신의 논조를 피력하고 있었다. 어이없는 썩소를 날리고 있는 여자를 
보며 그 친구는 누군가 말릴 틈도 없이 한국은행의 스텐스까지 이야기를 확장
하고 있었다. 

뇌섹남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수한 사람을 망쳤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순간
아담 스미스가 환생했다면 보이지 않는 손으로 흠칫 두들켜 팼을것이다.

절망적인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그 옆자리의 국문학도는 안주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가벼운 주제로 말문을 여는 것에 그나마 
다행이구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라

그 녀석은 안주인 찌개의 '-개'가 명사파생접미사로 기능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게'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우리말 사용 실태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그 시점부터 상대 여자의 한탄도 시작된듯 했다.
개에서 파생된 욕설이 나지막히 들리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나마 센스가 있는 물리학도 친구는 분위기가 괜찮았다.
여자가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었다. 여심을 저격하는 것엔 동물에 
관한 주제만한것도 없으리라.

내 친구 중에 어쨌든 한명이라도 정상인이 있어서 너무 기쁜 그 순간
그녀석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화제를 급전환했다.

밀폐된 상자에 청산가리 통을 넣었을 경우 1시간 후 고양이가 죽었을까 살았을까 
그것이 관측에 무관한지 안한지 약자역학의 관점으로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여자애는 불쌍한 고양이를 왜 청산가리가 든 박스에 넣느냐고 경악을 한다.
너무 놀란 여자애 덕분에 그 상자에 차라리 본인이 대신 들어가는 걸로 이야기는 
무마되었다.

관측을 하든 안하든 1시간 뒤에 그 친구는 죽어있을 것이 자명했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몸짓을 키우는 침팬치들과 동반했더라도
차라리 지금보단 분위기가 나았으리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것들에게 내 실력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내 상대는 나랑 짝이 되고 잠깐 화장실을 갔는데 아직까지도 오질 않고 있다.

아마 꽤 긴장을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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