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나를 지나친 동물들
게시물ID : freeboard_9356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말벌여왕
추천 : 0
조회수 : 1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23 01:20:11
어릴 적 하얀 토끼를 키웠었다. 이름이 소미였는데 착하고 순한 애라 놀이터 안고 가도 도망 안 가고 옆에 있었다. 어느 날 만져보니 차갑게 식어있어 펑펑 울었다.

시츄도 하나 키웠었다. 유리라고 이름 붙였는데 어느 날 다른 데로 갔다. 마당개로 데리고 있을 수 없어서 다른 집에 보냈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 온 것이 진이라고, 진돗개 풍산개 혼혈이었다. 눈이 참 순했다. 새끼를 낳아도 이 한번 안 드러냈다. 아래층에 세를 줘서 사람이 참 많이 들락거렸는데 신기하게 우리 가족을 알아봤다. 언니가 동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언니한테도 꼬리를 잘 쳤다. 산책하러 같이 나가면 홱 달아났었다. 당황한 내가 동네를 헤매다 울며 돌아왔을 때 나보다 먼저 들어와 있었다. 

어느 날 진이도 없어졌다. 도둑맞았다고 했다.

수능이 끝날 무렵 토끼  두 마리를 임시보호하게 되었다. 인연 두 자를 나누어 각각 인이, 연이라 불렀다. 원하던 대학 못 간 허탈한 마음을 달래줬었다. 그러나 그때도 이별은 직접 못 했다.

작년 추운 겨울날 밤 아기고양이가 날 울면서 따라왔다. 그러나 우리 집은 지금 동물을 키울 수 없다.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그 다음날 그 다다음 날 겨우 다시 만났다. 그때는 준비한 헌옷을 입혀 줄 수 있었다. 뭘 먹여야 할지 몰라서 삶은 계란 뭉갠 것과 물을 놓아주고 돌아왔다. 그 다음날부터 마주치지 못했다.

지금 내 마음 속에 여러 구멍이 있다.  소미에서부터 그 고양이까지 형태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지만, 전부 다시 채워질 수 없다. 다른 존재를 만나도 결국 구멍이 하나 더 생길 뿐이다. 그렇기에 그저 가만히 내버려둘 뿐이다.

가끔 베오베의 동물 사진이 부럽다. 내겐 그런 사진이 하나도 없으니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