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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 런던에서 한복을 배우면 안되나요?
게시물ID : cook_1565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prite
추천 : 15
조회수 : 1433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06/26 14: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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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레오 셰프에게

안녕하세요 레오님, 저는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입니다. 오늘 인터넷에서 강레오 쉐프가 실검 순위에 뜨더군요. 패션사를 공부하는 것 외에는 다른 관심사가 없는 저이지만 이번에는 편지의 형식을 빌어서라도 한 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강셰프님께서 최근 방송에서 인기를 끄는 최현석 쉐프를 '디스'하는 발언을 했다며 사람들 사이에 말이 많습니다. 한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요리사가 방송에 너무 많이 나오는 건 역효과"라고 하셨고 "음식을 정말 잘해서 방송에 나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 출연하게 되면 요리사는 다 저렇게 소금만 뿌리면 웃겨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죠. 본인은 추후 해명을 통해 특정인을 말한게 아니라고 발뺌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이미, 강셰프님이 지적하는 누군가를 알고 있는 눈치더군요. 그런데 강셰프님의 한 마디가 오늘 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면 런던에서 한식을 배우는 것과 똑같다. 그러니까 본인들이 커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튀는 거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이제서야 누군가를 지칭하는지 확실하게 알겠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강쉐프의 이 표현, 참 기분이 나빴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좀 해야겠어요. 오늘 블로그에 올린 한 벌의 옷을 보세요. 서양 디자이너의 작품이죠. 그런데 사실 이 옷의 디자인을 자세히 보시면 일본의 기모노를 변형한 것이란 걸 '옷을 조금 깊게 아는 분들'은 다 압니다. 긴 소매와 허리부분을 감싸는 벨트 부분은 일본의 오비를 본딴 것이거든요. 일본풍 영감을 받았지만, 현재의 외국의 소비자들이 사입는 옷입니다. 

서구, 특히 유럽과 미국은 유독 일본의 기모노에 빠져들었죠. 인상주의 시대 화가들이 기모노를 그린 그림이 등장하는 건 그 이유입니다. 역사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고요, 이후 유럽인들은 바로 이 기모노를 단순하게 흉내내기 보다, 강쉐프님이 비난하셨던 바로 '분자요리'의 수준으로 옷을 분석하게 됩니다. 분자요리란게 음식의 질감이나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 새롭게 변형하는 것이라면서요? 옷도 이 과정이 필요합니다. 런던에서 기모노 제작법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전통방식 그대로, 장인 누구의 방식 그대로 답습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고보니 강 셰프님 지난번 텔레비전에서 보니 검도 실력자시던데요. 검을 배우는 분들에겐 원칙이 있다면서요. 수, 파, 리라는 배움의 원칙 말입니다. 수란 스승의 가르침을 본받아 그대로 변형없이 수용하는 것을 말하고, 파란 이렇게 얻은 배움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에 수용했던 지식과 원리들을 스스로 깨뜨리고 발전시키는 것이고, 리란 바로 작별입니다. 지금껏 배운 것과 헤어져서 자신만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단계라고 하죠. 아마도 최현석 쉐프의 분자요리란 건, 비록 유학파도 아니고(강쉐프의 기준에선) 국내에서 배운 서양요리의 전문가지만, 나름대로 지금껏 익혀온 자신의 틀을 깨기위한 하나의 방법론은 아닐까요? 

우리사회는 이게 참 없어요. 인문학을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고, 사회과학을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서 미국의 식민지 지식인으로 신규 지식을 그저 번역해서 퍼뜨리는 역할만 하셨지, 그 위로 올라서려고 하는 노력을 많이 못했죠. 저는 경영학을 했는데, 맨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누구는 이렇게 말했다 하면 지금도 먹힌답니다. 제가 강 셰프님의 말에 화가난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물론 강쉐프님이 세계적인 요리장인 고든램지의 제자인것도, 걸출한 분인것도 알지만, 계속 그 분의 제자로, 평생을 그 분의 그림자로 사실건 아니잖아요? 

음식의 역사를 지도를 그려보면, 같은 국수지만 각국에 따라 그 재료와 방식, 질감이 달라지듯, 사실 서양요리의 본질이라 해도 그것이 지역적 경계를 넘는 순간 변용과 조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새로운게 나오지요. 아차....마지막으로 서구의 패션학교에선 동양복식의 재단법들을 배웁니다. 그러니 런던에서 한복을 배운다는 말은 틀린게 아닌거죠. 또 한가지, 진짜 마지막으로, 강쉐프님은 왜 검색을 해보면 소속이 연예기획사가 나오나요? 쉐프로서의 정체성을 잃으셨나요? 묻고 싶습니다. 최현석 쉐프는 그래도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이름이 뜨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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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시판에 올려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요리게시판이 어울리는 것 같아서 올려보네요.
요리 내용이 아니라 불편하신 분들께는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글에 공감이 많이 되어서 여러분도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가져와봤어요.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님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로..
http://blog.daum.net/film-art/13742523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입니다. 인사 및 소개)
출처 http://blog.daum.net/film-art/1374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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