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모기를 잡으려다가
게시물ID : phil_11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반스89
추천 : 3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27 12:53:38
옵션
  • 창작글

어젯밤 별 생각 없이 한 마리의 모기를 잡으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 모기를 잡으려고 하는가?


우선 잘 때 윙윙거리는 소리가 거슬리고 

허락 없이 내 피부에 주둥이를 꽂아 피를 뽑아가며

피를 뽑아간 자리에 흉측한(?) 자국과 가려움이라는 일종의 고통을 남기니까


그렇다면 나를 괴롭히는 존재는 제거해야 하는 것이 옳은가?


일반적인 사고에서는 윗집 아이들이 쿵쾅거리고 시끄럽게 군다고 죽일 수 없는 노릇이다.

보통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생명을 해하는 것에 대한 꺼림칙한 마음이 있는데

이것은 자신과 유사한 생명체일수록 강하다.


일단 동종인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커뮤니티란 측면에서 서로의 유대감이 강하고 본능적인 자손 번식 욕구에 기인해 거부감이 강하다. 

그다음은 언어가 통하지는 않지만, 유대감이 어느 정도 형성되는 애완동물과 가축, 포유류부터 시작하여 대략 조류, 파충류, 어류, 곤충과 벌레, 식물, 세균 정도 순(일반적으로)으로 인간과 유사성과 유대감이 적어지고 미물이라고 분류되며 자신의 생존에 방해된다고 느낄 때 죽이는데 거부감이 적어진다.


그렇다면 사람은 같은 생명이라도 경중이 있다고 판단하고 다른 가치를 매긴다는 것인데 상대적 가치가 낮고 미물이라고 죽여도 되는 것일까?

생물학적 관점이든, 사회적 관점이든 우주적 관점이든 나도 누군가에게 미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저 모기도 단지 생존과 자손 번식을 위해서 목숨 걸고 요상한 체취를 풍기는 저 이름 모를 커다란 덩치의 살갗에 주둥이를 꽂으려는 것뿐이었는데...

나도 생존이라는 명목 아래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살갗에 주둥이를 꽂지 않았는가?


어떤 면에서는 저 모기나 나나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삶이라는 생각에 동병상련과 측은지심이 들어(사실 피곤함에 귀찮아져 그런 것이지만) 모기 잡기를 중단하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나는 밤새 모기에 시달렸고 다음 날 아침 모기가 보이자 생각 없이 잡아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sekthyc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