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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카드 지갑이 돌아왔다.
게시물ID : freeboard_9533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링고
추천 : 1
조회수 : 6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29 17:28:48
20일, 벌써 저저번주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안좋은 일은 무엇 하나만 잘못되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 조금씩 부족했던 상황이 한꺼번에 맞물렸을 때 비로소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그날 따라 나는 버스가 아닌 지하철을 택했다.
물론 기본 전제이자 베이스인 나의 성격 자체가 덜렁거리는 것임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어쨌든 나는 잠실에서 석촌역이라는 이 짧은 거리를 굳이 조금 더 타러가는 길이 가깝다는 이유로
8호선 한정거장 가는 루트를 택했다.  50미터만 더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
 
그리고 일주일도 되기 전에 난 핸드폰을 바꿨기 때문에 폰케이스가 없어서
카드를 따로 넣은 카드 지갑을 이용했다.
 
지하철이 오기 8분전이길래 승강장 뒤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언니와 통화를 하고 끊고는 멍하니 핸드폰을 하며 지하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지하철을 탔다.
석촌과 잠실은 한 정거장이다.
그리고 8호선은 노선 구간도 짧고 역 간 간격도 좁다.
고작 1~2분 남짓이었다.
 
석촌역에서 올라와 카드를 찍으려는 나는
그때서야 내 손에 카드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주머니도 없었고 가방은 백팩이라 넣기 불편했기 때문에 가방에 넣지도 않았다.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난 의자에 앉으며 가방과 카드지갑을 옆에 두었고, 그대로 카드 지갑은 덩그라니 놓고온것이었다.
 
역무실에 찾아가 이 사실을 얘기했다. 잠실역에 전화를 걸어 바로 공익요원을 보내 찾아본다고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 사이에 잠실역으로 가는 지하철 하나가 지나쳤다.
 
그리고 연락이 오기를,
없었다고 한다.
 
나는 다시 6분을 기다려 잠실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내 눈으로 직접 다 둘러보고 찾아봤으나 역시 내 지갑은 없어져있었다.
 
일단 교통카드로 쓰던 아버지 신용카드 정지를 위해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고
내 체크카드 정지를 위해 우리은행에 전화를 걸고..
 
씨씨티비를 볼 수있을까 해서 물어봣지만 경찰 대동 하에 볼 수 있다고만 했다.
 
열받고 짜증나고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가져간 그 년놈이 너무 밉고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없어질 수 있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지하철을 나와보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우산이 없던 나는 그냥 맞으며 집에 와서 잠시 열을 식히다가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경찰에 전화했다.
 
그리고 다시 잠실역을 갔다. 교통카드 여분이 없었기에 왕복 일회용 카드를 발급해서.
 
애써 경찰까지 불러서 기필고 절도범이든 점유이탈물횡령범이든 잡아처넣고 싶은게 내  심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10분 후 경찰이 오고
 
역무원은 그제서야 이 말을 했다.
그런데 아가씨가 앉았던 벤치는 씨씨티비에 안찍힌다고.
 
왜 이제서야 그런말을? 아까 상황 설명 하고  씨씨티비 물어봣을때 얘기해주었음 좋았을 것을..
 
헛된 마음을 안고 씨씨티비를 돌려보았다.. 다행히 언니와 통화한 기록이 있었기 떄문에 시간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승강장에 서는 나,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내 모습은 찍혀있었으나
뒤편 의자는 찍히지 않았다.
 
망할.
 
굵지만 조금씩 떨어지던 비는 바닥에 빗물이 튕겨오를 정도로 대차게 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뒤틀린 그런 날이었다.
 
하루 종일 공부가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누워있기만 한것 같다.
 
그 뒤로 24일에 체크카드 재발급 신청을 하고, 7500원을 주고 운전면허증도 재발급 신청했다.
그리고, 다시 다이어리형 폰 케이스를 주문했고 바로 오늘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 우체부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잃어버린 카드 지갑을 내일 배달해준단다. 3300원 착불로.
 
정말로, 감사함보다 착잡함이 앞섰다. 왜 이제서야....왜 이제와서..
누군가 따뜻한 배려로 내 카드 지갑을 우체통에 넣어주던가 했을 것이다.
그 점은 정말 감사하다.
애초에 내 카드지갑안에는 운전면허증, 체크카드 하나, 신용카드 하나 밖에 없었기때문에
어지간한 멍청이가 아닌 이상에야  아무 쓸모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은 20일인데 이제서야 연락이 왔다.
그 동안 지하철 유실물 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일일히 게시물을 클릭하며 내 카드지갑이 혹시 올라오진않았을까 찾아봤었다.
역시 찾을 수 없었지만.
 
처음 주운 사람이 우체통에 넣어준건지 아님 다른 누군가가 해준건진 모르겠다.
하지만 9일은 의외로 긴 시간이었다.
 
나는 모든걸 재발급 받고, 새로 사고 , 다 바꿨는데
이제야 돌아왔다.
 
기쁘면서도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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