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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의 중요성.
게시물ID : baby_87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링고
추천 : 3
조회수 : 81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29 17:39:24
나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학교도 입학 전의 어렴풋한 기억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부분은
 
텅 빈 거실이었다.
 
그러니까 대충 대여섯살이었던 것 같다. 아마 5살일 것이다.
5살 기억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이건 확실하고 특정한 기억이 아닌 그때 당시의 나의 감정과 느낌이다.
 
유치원을 가지 않던 날, (유치원도 항상 나 혼자 걸어갔었다. 부모님은 맞벌이이셨기 때문에.)
방문을 열면 보이던 것은 불이 꺼진 거실, 살구색 커튼을 통과한 햇빛으로 주황색으로 물들어있는 쓸쓸한 거실.
그리고 검정색 앉은뱅이 책상위에 쌓여 놓여져 있는 동화책들이었다.
 
쓸쓸함이라는 단어도 모를 나이에 나는 그렇게 외로움과 쓸쓸함이 뭔지 몸소 느꼈던 것 같다.
물론 나에게 소홀했던 부모님은 아니셨다.
단지, 2살 터울인 언니가 트럭에 발가락을 밟히는 사고를 당해 매일 병간호를 하고 상태를 지켜보러 가느라
부모님은 나를 돌보실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항상 그렇게 혼자 아침을 맞이했고,
밥을 스스로 차려먹는 법을 터득했고 (가스렌지 위에 놓여진 곰국이 내 주식이었다.)
옆집 아줌마가 오후에 오셔선 나를 돌봐 주었고,
언니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자 녹번동에 있던 이모집에서 몇달 간 자랐다.
 
아무도 원망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이모집에 있던 나날들이나, 혼자 있던 시간들이 그렇게 싫은 기억은 아니었다.
(여담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때 이모 무릎위에서 배웠던 찬송가들은 아직도 몇몇개 기억이 난다.)
 
그저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들, 그러니까 쓸쓸함이라던지 아무도 없는 거실의 느낌이라던지
이런 것들은 지금 22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물론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조금은 퇴색되거나 변질될 수도 있다.
기억이란 것이 정확한 것은 아니니까.
 
느낌이 남아있을 뿐이다.
 
육아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맞벌이 가정보다 외벌 가정으로 부모 한쪽이 아이를 더 잘 키운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훗날  아이를 키운다면 내가 느꼈던, 나에게 닿았던
알 수 없는 쓸쓸함과 고독을 내 아이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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