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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글 연습]시상(時想)
게시물ID : readers_205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v.26포마피
추천 : 0
조회수 : 21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6/30 20: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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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따사로운 햇볕이 땅을 포근하게 감싸 더럽게 더운 오후. 오늘도 그 녀석이 다가왔다.


"정말로 매일 올 줄은 몰랐는데. 너도 어지간하다?"

"피차일반 아닌가? 나도 네가 이렇게 성실하게 나와줄 줄은 몰랐어."

"앞뒤도 안 맞는 이상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그리고…."


나는 고개를 올려 그 녀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냐. 그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지?"

"언제나 마지막이고, 언제나 처음이지."


그 녀석은 빙그레 웃으며, 언제나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노래 좋아하나 봐?"

"좋아하지도 않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녀석은 없을 거로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


맑고 진정되는 듯한 운율. 거기에 고운 소리가 더해졌다.


"저번에 어디까지 했더라?"

"대통령이 어쩌고 하다가 끝났지."

"열여덟 시간이나 지났는데 그걸 기억하다니 대단한데."


한 차례 감탄사를 내뱉은 후 그 녀석은 저번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 가는 것을 허락 받은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거지."

"흠, 무슨 이유로?"

"저번에 얘기해 줬잖아! 제대로 안 들었지!"

"장난이야. 아마 시간 여행을 견딜 수 있는 게 너밖에 없어서였다고 했지?"


그렇게 말해주고 나서야 그 녀석은 얕은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계속해 준다.


"응, 그런데 막상 와서 할 게 없더라고. 기억이라고는 내가 시간 여행을 해서 여기에 왔다는 거 하나뿐이니 말이야."


푸드덕하는 날갯짓 소리가 말이 끝나는 것에 맞춰 주변을 울린다.


"그래서, 내가 너랑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지."

"저번에도 말했지만 왜 항상 그런 말의 끝에 '그래서'가 나오는 거야?"

"그런 거니까!"


그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활짝 웃어 보였다.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하고 돌렸다.


"그러면 계속 있으면 되지. 왜 오늘이 마지막인데?"

"곧 간다고 얘기해 놨거든."

"조금만 더 늦게 간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왜 늦게 가야 해?"

"그, 그냥 그, 여기도 충분히 괜찮지 않아?"


나는 괜히 앉아있는 의자의 커다란 바퀴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딴청을 했다. 대답이 선뜻 들려오지 않자 녀석을 다시 올려다봤다.


"엄청나게...중요하니까 가야 되는 거야."


똑 똑 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그전부터 계속 들려왔지만 지금 그 소리는 더욱더 또렷하게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마치 무언가를 듣지 말라고, 내 소리나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약속한 건 지켜야 되는 거거든. 나만 지킬 수 있는 약속이니까. 그러니까 꼭 돌아가야 하는 거야."

"……."

"나, 기억할 수 있어?"


나는 그 녀석을 쳐다보지 않았다. 쳐다보지 않고 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금방이라도 물방울을 쏟아 내릴 것만 같은 모양이었다.


"그래…. 뭐 괜찮아. 미래에 보게 될 테니까. 너는 천천히, 나는 조금 빠르게 미래로 가는 것뿐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가는데 해 줄 말이 정말 없는거야? 계속 그렇게 하늘만 볼 거야?"


 목소리가 살짝 젖어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내릴 수 없었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 녀석은 한참을 나에게 뭐라고 하며 화를 냈다.


"...잘 있어."


마지막에는 그 녀석도 지쳤는지 저 한마디를 끝으로 바깥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돌돌 거리는 플라스틱 바퀴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소리가 사라지자 톡 톡하는 얕은 빗방울 소리가 그 자리를 메꿨다. 그리고 나는 바퀴 소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보느라 내려오지 못했던 빗물이 양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곧 볼텐데 뭘 잘 있어. 앞뒤 안맞는 말을 마지막까지 하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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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 쓰는 습관을 들여보고자 한번 작성해 봤습니다...
일단은 짧게 단편으로 열린결말식으로 써봤는데 어떤가요...?
보신 분들 짤막하게 댓글 한줄이라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ㅡ

멘탈이 유리멘탈이므로 부드럽게 말해주세요 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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