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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유권자가 되신, 혹은 곧 유권자가 되실 분들을 위한 글
게시물ID : sisa_600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5
조회수 : 3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01 09:16:08
정치인에 대한 올바른 지지란 어떤 것일까요?

사람과 사람이 완벽하게 똑같은 생각을 가질수가 없죠. 내 생각, 신념, 주장과 완전 동일한 나의 분신같은 정치인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그 정치인과 내 생각 중에 공통점을 찾아 일시적인 동맹을 맺는 것이어야 합니다. '내 신념과 주장은 이러이러하다, 그런데 저 정치인의 신념과 주장은 이러저러하다. 이 중에 공통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인가, 차이점은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을 수준의 것들인가' 이런 점들을 고려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부터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걸 이뤄줄 정치인을 찾아 지지하는 것이죠. 그 정치인과 나의 일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동맹을 맺은 것입니다. 만약 그 정치인과 나의 생각의 차이점이 매우 크고, 내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어떤 영역이 그 정치인의 생각과 어긋나 있거나 혹은 내가 그 정치인을 통해 이루고자 한 바를 다 이뤄서 이제 나의 다른 주장들을 관철시켜야겠다고 새로운 계획을 짰다면 이 동맹은 언제건 파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입니다.

그 정치인이 부정을 저질러서 지지철회를 하거나, 혹은 다른 거악에 맞서기 위해 차선으로 표를 던졌는데 거악이 사라져 이제 내 정치적 신념에 따라 소수정당에 투표를 한다거나 하는게 바로 이런 사례인거죠.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종교적 신앙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모든걸 다 해줄거야, 이 사람만 뽑으면 모든게 다 잘 될거야, 하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투표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게 만들고, 나중에는 그 정치인에 대해 실망하며 정치 자체에서 관심이 멀어지는 상황까지 만듭니다.

정치인에 대한 올바른 지지방법은 이러합니다.

먼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생각과 주장을 정리하고 확립합니다. 수많은 정치적 사안들, 예를들면 경제/사회/문화/정치/안보 등에 대한 자신만의 주장을 정하는 것이죠. 영원불변할 어떤 대단한 사상을 세우라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이후로 자신의 생각이 얼마든지 바뀔수 있고,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정 반대로 생각이 바뀔수도 있습니다. 이런건 창피해 할 일이 아니에요. 내가 무슨 전문 프로 정치인도 아니고, 러프하게 하나씩 정해두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을 바탕으로 현실의 여러 현안들에 대해 자신만의 대답을 하나씩 내려도 되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뉴스거리들에 대한 나의 즉흥적 반응들을 토대로 내가 어떤 신념과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지 거꾸로 탐구해봐도 됩니다. 많은 책을 읽고 철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고민을 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신념과 성향과 주장을 정리한 후에는 이제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정치인들을 훑어봅니다. 이놈은 이러이러하고 저놈은 저러하고, 분석과 연구를 해봅니다. 물론 이 분석이 정확할 수만은 없죠. 마트에 가서 물건 고르는 것과 유사합니다. 모든 물건들이 자신의 유용성과 특장점을 광고하며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죠. 온갖 과대광고와 과대포장과 뻥카와 뽕구라 속에서 쓸만한 진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여간 쉬운일이 아닙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일이 수많은 과대포장지 속 질소를 마셔봐야 가능한 일이듯이, 현명한 유권자가 되는 일 역시 수많은 뻥카와 낮은 공약이행률과 허언증 환자들의 사기질에 속아봐야 가능한 일입니다. 속고 배신당하는 것에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훌륭한 유권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멘탈이 필요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소위 '갑질'이라 불리우는 행태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유일하게 갑질이 허용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와 정치인의 관계는 철저한 갑-을 관계입니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정치인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나선 '자발적 노예'입니다. 언제나 주도권은 우리 유권자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마음껏 갑질 하셔도 됩니다. 정치인을 고르는 과정에서는 로마시대 노예시장을 둘러보는 돈많은 귀족의 기분을 누려보시면 됩니다. 이놈은 쓸만해 보이고, 이놈은 영 아니고, 이렇게 판단내리고 선택하시는거죠. 다만, 비싼값(나와 내 가족, 내 자식이 살아갈 몇년간의 대한민국)을 치루는 선택이기에 그 선택에 대한 대가가 크다는 것은 잊지 마시구요. 그렇게 선택한 정치인이 당선된 후에도 갑질을 실컷 하시면 됩니다. 내가 이 지역 유권잔데 너 임마 약속 안지킴? 하고 사무실에 전화하고 연락하고 따지고 시시콜콜 귀찮게 굴어도 됩니다.(단,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에서만요.. 아무리 노예로 비유했다고 해도 정치인도 국민의 한사람인데 공적인 연락 말고 사적으로 괴롭히는건 불법이니까요) 그게 올바르고 현명한 유권자, 주권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니까요.

정치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러합니다. 먼저 정해둔 나의 신념, 나의 주장에 따른 계획을 정합니다. A사안은 내가 지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걸 위해서 B,C는 순서를 좀 뒤로 미뤄도 된다, 그 다음은 C의 차례고, 마직막은 B다, D사안은 절대로 반대하는 놈이다, 이렇게 계획을 정했다면 이제 A사안에 대한 공약을 내세운 정치인 리스트를 봅니다. a정치인이 내세운 A사안에 대한 공약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이 놈은 D사안을 밀고 있습니다. 그럼 나가리. b정치인은 C사안을 열심히 밀고 있습니다. B에 대해서는 나와 생각이 좀 다릅니다. A에 대해서는 미온적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정치인들이 쓸만한 놈들이 없다면(D를 밀고 있다거나 b정치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못하다거나) 우선은 썩 맘에 들진 않지만 b정치인을 지지하는 겁니다. 그렇게 이번 선거를 넘기고, 이 정치인을 통해 C사안이 먼저 어느정도 성과가 났다고 판단이 되면, 다음 선거때는 또 다른 정치인을 물색해보면 되는거죠. 단순히 사상과 성향뿐 아니라 그 정치인의 능력도 봐야 할겁니다. 생각이나 주장은 참 마음에 드는데 그걸 이뤄낼 능력이 부족하다면 다시 생각해보거나 다음/다다음 선거때까지 성장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보류해야 할 때도 있죠.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이런 식입니다.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고, 동맹의 결과가 만족스럽게 다 이뤄졌거나 동맹을 유지할만한 이유를 상실했을 경우에는 바로 이별하고 다른 정치인을 찾아 갈아탑니다. 이건 절대로 의리네 뭐네 따질 일이 아니에요. 사업하시는 분들, 사업하다가 세금 문제/법률문제로 세무사나 변호사를 고용할 일이 생기시죠? 그거랑 같은 겁니다. 나라의 주권자로 내 주권을 행사하긴 해야하는데 나는 생업에 종사하기 바빠서 정치에 전념하거나 정치공부에 올인할 틈이 없으니 프로 정치인을 고용하는 겁니다. 이런 계약관계에서 상대가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내거나, 계약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다 이뤘으면 그 계약이 만료되거나 파기되고 새로운 계약 대상을 찾아나서는게 당연한 일이죠.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바로 이런 겁니다.

내가 이렇게 고르고 골라 신중하게 선택한 정치적 대리인, 나만의 정치인을 마음속으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끝은 아닙니다. 대의민주주의란게 수많은 주권자 개개인의 모든 주장을 다 관철시킬수만은 없는 일이기에 일정 범위내의 유권자들이 서로 투표를 통해 자기가 선택한 정치인이 당선되게끔 합의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제 내가 선택한 정치인이 그 합의 과정을 통과해 당선되게끔 만들어야겠죠. 이건 어찌보면 아이돌 팬덤간의 싸움 같기도 하고, 포켓몬스터 배틀 같기도 합니다. '가랏 원순몬! 무상급식 박치기!', '가랏 세훈몬! 자폭공격!' 뭐 이런식으로 자신이 선택한 대리인이 배틀에서 승리해 자기 지역의 대표 정치인으로 뽑히게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집니다. 회사 점심시간에 밥먹다 언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OOO빠세여 OOO이 진리임' 하며 주변인들에게 치열하게 물밑 영업질을 벌이기도 하죠. 뭐 이 과정에서의 진흙탕 싸움이나 콜로세움이야 익히 봐오셨을테니 생략합니다.

이렇게 이렇게 고생끝에 내가 밀던 정치인이 당선된다, 그것도 참 감격스러운 일이긴 합니다만 언제까지나 그 기분에 취해 있을수는 없습니다. 이 정치인이 나와의 약속은 잘 지키는지, 약속한 일을 처리할 능력은 보여주는지, 혹시 다른 말 하지는 않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하고 요구하고 간섭해야 하죠. 집회 시위를 나쁘게만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무리 내가 뽑아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위에 말했듯 나와 완전히 동일한 분신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그 사람 뽑아놨다고 모든걸 다 내 생각대로 잘 해줄거라는 믿음이 오히려 멍청한 생각이죠. 끊임없이 간섭하고 요구해야 하는게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그러한 자기 주장을 정치인에게 전달하려는 방법으로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절차입니다. 또한 현실 정치란게 워낙 예측하기 힘든 일이라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수도 없이 터져나옵니다. EU가 흔들리거나 중동에 전운이 감돌거나 석유값이 요동치거나 북한의 도발이 일어나거나 미국과 중국간 사건사고가 터져나오거나 섬나라 아베가 마리아를 부를수도 있죠. 이런 예측불허의 수많은 사건사고들에 대해 내가 뽑은 정치인이 어떤 대응을 하는지,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간섭해야 합니다. 동시에 그런 사안들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도 정리해 나가야 하죠. 그래야 그 정치인의 생각과 비교할 기준이 생기니까요.

아, 쓰고보니 정말로 어렵네요, 정치란 것.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야만 올바른 정치인 지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올바른 유권자이자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주권자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어렵죠? 정치..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옛적엔 왕 한명과 귀족 소수가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일이란게 이렇게 힘든 일인데 그것을 왕 혼자서, 혹은 귀족 몇몇이서 감당하고 있었죠. 그러기에 많은 왕들은 생각했습니다. "시밤쾅 내가 왕인데 왜? 왜 왕이 이 고생을 해야 하는거지?" 그렇게 이 힘들고 귀찮은 정치를 등한시하고 자기 먹고 살 것만 고민하던 대다수의 왕들 덕에 나라가 엉망으로 굴러갔죠. 심지어 어떤 왕들은 아예 대놓고 정치는 쳐다보지도 않고 주색잡기만 일삼으며 하고픈대로 전부 다 막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자기 감정대로만 하고 산거죠. 우린 이런 왕들을 암군,폭군이라 부릅니다. 반면 성군이라 불리운 극소수의 왕들, 예를들자면 너무나도 유명한 세종대왕 같은 왕들은 이런 어려운 일에 전심전력을 다했더랬죠. 특히나 세종킹왕짱 이분은 정치/사회/문화/군사/과학 거의 전분야에 걸쳐 올라운드급 활약을 펼친 먼치킨 괴물이었더랬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모두 왕인 세상입니다. 이 어려운 정치, 내가 왜 신경써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시는 순간,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방금 네로가 되셨습니다. 혹은 연산군이시거나요. 아니면 삼국지 촉한의 2대째 황제님이실수도 있겠네요. 왕에게는 왕도가 있습니다. 왕이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나라의 주인이란 그런 자리입니다.

당신 스스로 세종대왕이 될지, 연산군이 될지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 이외의 선택지는 없습니다.
출처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마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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