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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글 연습] 화상(花想)
게시물ID : readers_205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v.26포마피
추천 : 3
조회수 : 2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03 22:38:38
  "매일 꽃만 보고있네."

  소녀가 살며시 허리를 숙인 채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은 꽃에서 눈을 떼지 않고 응 하며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꽃이 좋아?"

  사라락 하는 바람소리가 주변을 훑었다. 그 탓에 소년이 보던 민들레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훌훌 날아가버렸다. 안타까워 하는 소년의 표정을 본 소녀는 얼른 잔디밭을 둘러보았다.

  "찾았다! 여기야!"

  소녀가 손짓하며 소년을 부른 곳에는 또 다른 꽃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왜 그래?"

  소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시 고민하던 소녀는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다시금 소년에게 손짓했다.

  "이것도 아니야?"

  소년은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녀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다가 다시 소년에게 물었다.

  "그럼 어떤거야?"

  소녀가 눈을 빛내며 소년을 쳐다보았다. 소년이 무언가 말하는 듯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안 들려! 크게 말해 줘!"

  소년은 손을 입 주위로 모아 크게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고 모았던 손을 풀어 소녀를 가리켰다. 소년의 저 동작이 무엇을 뜻 하는지 소녀는 이해한 듯 얼굴에 꽃과 같은 화사한 미소가 스미듯이 번져나갔다.

  "응! 알았어!"

  팔랑거리며 이곳 저곳을 뛰며, 여기에 앉았다가 저기에 앉았다가 하는 소녀의 모습은 마치 나비와 같았다. 아직 원하는 꽃을 찾지는 못한 듯 소녀의 날갯짓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다. 마침내 앉을만한 꽃을 찾은 듯 소녀는 소년을 손짓하여 불렀다.

  "봐봐 여기."

  소녀의 손 안에는 아까 날아갔던 민들레 씨앗 중 하나가 살포시 얹혀있었다. 아직 꽃이 되어보기 위해 노력해 보지도 못한 작은 씨앗은 무엇이 무서운지 바람에 보들거리며 떨고있었다. 소년은 그 씨앗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환하게 웃음지었다. 소년의 웃음에 소녀도 덩달아 웃었다.

  "그런데 있지. 너 키가 좀 큰 거 같아."

  소년은 다시 씨앗만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꾸자꾸 크면 곧 어른이 되겠지?"

  소년은 소녀의 손에 들린 씨앗을 살며시 집어들었다. 바람에 휘날리지 않게 한 손으로 바람을 막은 채 민들레가 있던 자리로 가서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른 민들레의 옆에 얕게 땅을 파 정성스럽게 심고 다시 흙을 덮어주었다.

  "심는거야?"

  소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 이거 심으면 어떻게 되는지 안다?"

  무어라 소년이 하기도 전에 소녀가 벌떡 일어나 팔을 좌악 하고 펼쳤다.

  "이-렇게. 활짝 하고 꽃 피는거지?"

  소년은 다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소녀를 가리켰다.

  "응? 무슨 뜻이야?"

  입은 연신 소녀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열렸다 닫혔다 하고있었지만 소녀에게 소년의 말은 닿지 않았다. 소년은 답답했는지 바닥에 끄적끄적 글씨를 적었다.

  "나 글씨 못 읽어."

  그 말에 글씨를 쓰던 소년의 손가락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바닥에 자신이 썼던 글씨를 슥슥 하고 지우고는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소년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던 소녀는 가까이 다가가 소년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쭈구리고 바닥을 보자 서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소녀의 눈에 들어왔다. 열심히 무언가를 어딘가로 나르는 작은 개미들, 그 사이를 더 바쁘게 누비고 있는 커다란 개미들, 그리고 나비가 되기 위해 근처의 나무를 찾아 기어올라가는 애벌레들. 활기찬 광경에 소녀는 소년이 그리는 것을 보려던 것도 잊은 채 하염없이 여기저기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림을 다 그린 소년은 소녀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서 소녀를 불렀다.

  바닥에는 소녀의 모습과 민들레 씨앗이 그려져 있었고 마지막에는 활짝 핀 민들레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소녀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소년 쪽으로 고개를 들어 소년을 찾았지만 소년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었다.

  "어디 가?"

  저 멀리서 팔을 흔드는 소년에게 소녀는 물었다. 하지만 대답 없이 소년은 계속해서 손을 흔들 뿐이었다.

  얼굴이 뿌옇게 되어 잘 보이지 않을 때 까지도 소년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소녀는 그런 소년에게 마주대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제서야 소년은 흔들던 손을 멈추고 앞을 보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녀는 소년의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다가 다시 소년이 그린 그림을 보았다.

  "아! 알겠다!"
  
  박수를 치며 좋아하던 소녀는 소년이 사라진 방향을 다시 쳐다보았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것을 담은 소녀의 눈은 아름답게 아래로 휘어지며 세상 그 무엇보다도 포근한 눈웃음과 세상 그 무엇보다도 깨끗한 눈물을 떨구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질 적 마다 소녀의 흐느낌도 함께 커져갔다.

  얼마를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었을까. 소년이 사라질 때만 해도 땅을 비춰주던 햇빛은 이미 하늘 저 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을 타고 흐른 눈물자욱은 그 황량한 석양의 주황빛으로 부옇게 물들었다.

  소녀는 얼굴을 가득 메운 눈물자욱을 지우는 대신 자신의 양 눈옆에 스친 눈물방울만 적당히 닦아내고는 앞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녀는 두 손을 모아 입에 가져다 대었다.

  "고마워...."

  크게 외치려 했지만 소녀의 입에서는 작은 목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녀는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한 듯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슬쩍 돌아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이 지날 적 마다 소녀의 모습은 부연 석양색이 되어 주변으로 천천히 녹아들어갔다. 이윽고 완전히 물들었을 때 쯤, 소녀는 다시 한번 뒤로 돌아 크게 외쳤다.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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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0.png

원래 이런 글을 쓰다가 이런 식의 글을 써보려니 좀 힘드네요 ㅠㅡ...

사고 장소에서 영이 되어버린 소녀와
그 친구인 소년이 민들레를 보면서 한 쪽은 계속해서 자라나가고
한 쪽은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표현을 해보고자 했습니다만...흠 어떠려나요 ㄷ

P.S 제목은 화상인데 화상이 나오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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