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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움 주의]꽐라가 된 룸메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386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혜명D
추천 : 8
조회수 : 36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10 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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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슬슬 대학은 이렇게 다니면 되는구나 하는 개념이 생겨나던 2학년의 초여름이었다. 당시 우리 학교에는 기존 기숙사를 합친 것보다 수용인원이 더 많은 기숙사가 생겼고 기숙사 TO 2배로 늘어나면서 인근지역 학생의 입사가 금지되는 거리제한이사라지게 되었다.

 

 나의 그 룸메도 그런 환경에서 이때까지 통학하다가 처음 기숙사에서 살게 된 고학번이었다. 이전까지의룸메의 음주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작정하고 첫 차 시간까지 마시기 VS 열시쯤에 있을 막차를 타고 일찍 집에 들어가기

 

 전자의 경우는 열나게 퍼마시다가 1시가 넘어 기숙사생 몇몇이 사라지면 술 마시는 템포가 느려지고첫 차 시간이 가까워 올 즈음에는 오히려 술이 깨기 마련이다. 첫 차 시간까지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마시는술고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주량으로서는 대략 저러하다.

 

 후자의 경우는 집에 가면 가족들도 있고 하니 많이 마실수가 없다. 게다가 그의 집 동네로 가는 교통편이 애매해서당시에는 지하철로는 2시간 반은 가야 했다. 지금이야 직통노선이 생겨서 좀 나아졌지만. 하여간 그래서 그는 10시쯤에있는 마지막 셔틀버스를 애용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기숙사 입사와 함께달라졌다. 흔한 기숙사생의 음주 패턴은 다음과 같다.

 

 기숙사 통행금지 시간인 1시 전까지 마시고 들어가기.

 

그러려면 보통은 12시쯤에는 술 마시는 속도도 줄고 안주도시키지 않으며 슬슬 자리가 파하는 단계에 접어들기 마련이다. 나는 첫 학기부터 기숙사에서 살아서 이패턴이 익숙했지만 룸메에게는 학교를 다닌지 4년만에 처음 겪어보는 패턴이었던 것이다. 룸메는 후배인 나에게 자주 술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마리의 개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1시 직전까지 신나게 퍼마시다가 통행금지10분 전에 기숙사에 들어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취상태에서 달려서 어찌어찌 기숙사에 들어오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비극도 여기서 시작되었다.

 

 통행금지 시간이 되었는데 룸메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을 방에 불러서 보드게임방인지 하우스인지 모를 무언가를 만들 시간이 온 것이었다. 일단 워밍업으로 달무티부터 꺼내들고 패를 돌리려는 차에 갑자기 룸메가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1 7분이었다.

 

 우리는 아쉬움을 삼키고 가까운 휴게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휴게실에서 접었던 패를 다시 돌리고있는데. 룸메가 나타났다. 그런데 룸메의 행색이 좀 이상했다. 일단 슬리퍼를 질질 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팬티만 입고 있었다. 기숙사생 중 가장 미친 자들과 공용샤워실바로 앞방 사람만 한다는 그 팬티차림 샤워실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내가 경악한 것은 아니었다. 룸메의 손에는 샤워 바구니가 들려있어야 할 것인데, 뭔가 이상한 다른 하얀 봉지가 들려있었다. 그것은 비닐봉지에 담아놓은세탁용 세제였다. 빨래용으로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그 세제 말이다. 이대로룸메를 버려뒀다간 룸메가 세탁기에 들어가 코스 세탁을 돌려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릴때 잘못보았던 이토 준지 원작의 영화 소용돌이의 세탁기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재빨리 방에서 룸메의 샤워 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다행히 룸메의 이동속도는 아주 느릿느릿해서 룸메가 샤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샤워 바구니를 전해줄 수 있었다.

 

 이제 좀 안심한 나와 친구들은 다시 보드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은 휴일이고 이 불금에술은 못 먹을지언정 뭐라도 하면서 밤을 새워 놀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룸메는 그런 생각도 사치가될 만한 만행을 저질렀다.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는 룸메는 갈 때와 똑같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있었으나그 위로는 하나도 입지 않은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었던것이다. 그는 내가 애써 챙겨준 샤워바구니도 버려둔 채로 단 하나의 숨김도 없이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샤워실에서 샤워바구니와 트렁크를 챙겨서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새 팬티를 갈아입으려는 참이었다. 다만 손에 든 것이 팬티가 아니고 핸드폰이었다. 슬라이드 폰을 열어 길게 뺀 후에 양손으로 들고 다리에 꿰기 위해서 왼쪽다리 오른쪽다리를 번갈아 들어서 폰에 가져대고 있는 것이었다. 천 재질도 아니고 어떻게 봐도 핸드폰과 팬티의 유사성은 사람이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 외에는 염소와 심해뱀장어만큼이나 관련이 없는데, 술은 룸메의 사고능력을 완전히 마비시켜 핸드폰이 팬티로 보이는 기적을만들어냈다.

 

 당황한 나는 룸메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들었다. 그런데 룸메가 두 번째로 선택한 팬티는 또팬티가 아니었다. 수건을 또 양손에 들고 다리에 꿰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나는 수건도 빼앗은 후에 친절하게 팬티를방향까지 맞춰서 손에 들려주었다. 5~6회의 시도 끝에 그는 드디어 팬티를 입는 데 성공했다.

 

 세제를 들고 가서 샤워는 몸에 물만 뿌렸고, 올때는 알몸을 자랑하며 돌아와서 물기도 닦지 않고핸드폰과 수건을 입으려 노력한 끝에 룸메는 겨우 팬티를 챙겨입고 침대에 널부러지는 데 성공했다. 나름대로의인간승리, 아니. 개승리였다. 나는 기숙사 지하 매점까지 닫기 전에 기숙사에서 컨디션을 하나 사와서 룸메에게 먹이고 재웠다.

 

하지만 나는 이 행동이 아주 멍청한 짓이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날이 더워 창문과 방문을 모두 열어서 바람이 통하도록해두고 나는 다시 휴게실에서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컨디션을 먹였으니 이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다르게 컨디션은 그런음료가 아니었다. 한참 열을올리며 카드의 화려한 조합으로 친구를 엿먹이는 찰나에 방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우워어어어어엌

 

 순간 휴게실에는 지옥과도 같은 정적이 넘쳐흘렀다. 친구가 용기있게 정적을 깨고 말했다.

 

"... 가봐야되는거 아냐?"

 

 나는 너무 가기 싫었지만 좋으나 싫으나 나의 방이기도했다. 가봐야 했다.

 

 룸메는 고개를 옆으로 하고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구토가 나오려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고개를 옆으로 틀어 침대 아래의 바닥에 속의 것을 토해내고 난 후에 다시속편하게 침대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온전하지 않은 정신으로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는지 침대구석이나 이불보 끝에 좀 묻어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깔린 물체의 내용물은 치킨으로 추정되었다.닭가슴살 특유의 그 근섬유 조직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쓰레받기를 희생해서 그 물체를모두 치웠다. 손에 좀 닿기도 하고... 최악이었다.

 

 그리고 나서 좀 쉬고 있자니 불현득 생각이 났다. 이게 끝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룸메를 깨워 부축해서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역시나 그의 위에는 아직 나올 것이 남아있었다.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호흡불량이 발생했는지 룸메의 조준이 위아래 방향으로 틀려 새로나오는 그 반죽들이 변기 테두리에 작렬한 것이었다. 반은 안으로 들어가고 반은 밖에 널부러진 그 참극을 목도하자니 나의 머리속은 깨끗하게 날아가고 한가지 생각만이 머리속을 차지했다.

 

ㅈ됬다....

 

사실 생각 하나 더 있었다.

 

두부김치를 먹었구나...그러면 막걸리도 먹었겠네?

 

하여간 룸메는 꽐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탄 것으로 보였다. 몇 번 더 토하고 나서야 좀진정되고 더 나오는 것이 없어 다시 룸메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가서 눕혀 놓았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뒷처리를한참 하고 있는데 친구가 화장실에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

 

그것은 쓰레받기였다. 사이에 룸메가한번 더 토했고 친구가 그걸 또 손수 쓰레받기에 담아서 버리러 온 것이었다. 밤에놀러 왔다가 이게 무슨 대재앙인지... 친구에게 정말 미안했다.

 

화장실이 대충 정리된 후 방도 닦고 룸메의 이불도 대....충 닦아준 후 시계를 보니 벌써새벽 4시가 되었다. 원래 이쯤에 자려고 생각했었지만 이런일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정말 밤이 길다 싶었다. 그리고혹시 몰라서 룸메가 토할만한 위치에 큰 비닐을 깔아놓고 역한 냄새를 참으며 참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니 비닐 위에 자그마한 웅덩이가 하나 더 있었다. 비닐이 무색하게 또 반은 비닐위에, 반은 밖에 있어서 쓰레기만 더 늘었다. 토사물보다는무지막지하게 큰 가래에 가까운 형태를 한 그 물건을 마저 치운 후 룸메를 깨워 수치요법을 시전했다. 룸메는 머리를 싸매고 울부짖으며 내가 정말 그랬어? 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음번에 맛있는 것을 사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렇지만 그 후로 나를 피해다니기만 하고 맛있는 것 안 사줘서 생각난 김에 올린다...

 

출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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