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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악한 병신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9858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antschke
추천 : 0
조회수 : 1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7/14 2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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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옛날 옛 적 어느 왕국에 한 병신이 살고 있었어요.
그 병신은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해주리라 기대조차 못 할 정도로 추악했지요. 사람들 모두 추악한 그를 피하고 병신 취급을 했지만 그래도 그는 이런 인생이라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 믿고 꿋꿋하게 견뎌냈답니다. 언젠가 나만의 길을 꾸준히 걷다 보면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줄 거라 믿었지요. 
하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던 그에게는 기댈 곳 조차 없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의 외면 속에 그 믿음은 흐려져가고 다짐은 차츰 깎여갔어요. 잠깐이나마 어느 한 여자를 만나 희망을 품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추악한 병신 답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버려졌지요.

그의 마음 속에 스멀스멀 마음을 좀 먹는 벌레가 생긴 것은 그때 부터였답니다.


 실의에 빠진 그를 발견한 것은 우연히 산책 중인 왕국의 공주였어요. 여느 사람들과 달리 공주는 그의 추악한 모습에 흥미를 느꼈지요. 공주는 병신을 자신의 왕궁으로 데려가 그를 자신의 곁에 두었어요. 병신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전에 있던 다짐은 온데 간데 없이 재롱을 떨었지요. 본질이 그랬던 탓인지 어떻게 재롱을 떨어도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추악하게 보였지만 공주는 오히려 그 모습에 더욱 박수를 쳤어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병신은 계속 공주의 박수를 받기 위해 재롱을 떨며 애를 썼고 그렇게 그는 날이 갈 수록 더 추악해져 갔답니다.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생각에 매일이 전에 없이 행복했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공주에 대한 호감은 점점 커져갔어요. 공주 또한 병신이 좋았고 계속 곁에 두고 싶었지만 그 추악한 모습이 왕실에 누가 될까 걱정한 왕과 왕비는 공주를 질타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공주에게 해선 안 될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천성이 추악했던 탓인지 행복에 겨워 본분을 잠시 잊어버린 탓인지 그만 공주에게 누를 끼치고 만 것이죠. 가뜩이나 왕실의 압박 속에 병신을 곁에 두기 힘들었던 공주는 그 일로 병신을 내치고 말았답니다. 병신은 슬퍼했어요. 그에게는 더 이상 다른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없었고 공주를 만나기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조차 없었어요. 이미 벌레가 마음을 좀 먹을대로 먹어 남은 것이 없었던 것이지요. 끝없는 후회와 자책 속에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그는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했어요. 자신의 실수를 수없이 되새기며 마지막까지 눈물 흘렸지요.
 그러다 어떻게 병신이 자살하려는 것을 알게 된 공주가 그를 말리고 기회를 다시금 주었지만 천성인 탓이었을까요, 또 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만 병신은 하염없이 살갗을 쥐어뜯으며 자신이 병신으로 태어난 것을 자책했어요. 추악한 그가 과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을 지 아닐 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그는 추악한 모습 그대로 공주만을 바라보며 죄책감과 자괴감 속에 벌레 먹은 마음을 움켜쥐며 눈물 흘릴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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