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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의 연애는 너무 급하다.
게시물ID : gomin_14800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몽한기분
추천 : 4
조회수 : 89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15 00:39:03
나이 서른의 연애는 너무 급하다.
알 것 다 아는 나이. 해볼 일 다 해본 나이. 줄 상처 다 줘 보고 받을 상처 다 받아 본 나이.
내 나이 서른, 네 나이 서른. 우리 그런 나이 아니냐. 우리는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잘 아는 나이잖아. 응?
우리는 우리가 어떤 관계로 발전하게 될 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어차피 그렇게 될 것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니.
나이 이만큼 먹고서 시간 낭비는 하고 싶지 않아. 우리, 애들처럼 너무 돌아가지 말자.
 
 
나이 서른의 나. 아직도 나는 허겁지겁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다.
 
타오르는 태양빛 아래 묵묵히 의자를 늘어놓던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던 땀,
말없이 무거운 비닐봉지를 받아드는 그의 팔목,
이제 갓 옹알이를 시작했을 법한 아기를 번쩍 들어 올려 끝내 보석 같은 웃음소리를 터뜨리게 하고야 마는 그의 애정 가득한 눈빛.
나만 알고 있는 사랑이라 하더라도 혼자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아끼고 아껴가며 키워가는 소중한 마음.
 
멀리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내가 좋아하는 빛깔의 그 옷자락을 발견할 때.
서로를 발견하고 별다른 인사 없이 미소 지을 때.
상대의 발걸음을 신경 쓰며 나란히 거리를 걸을 때.
가만히 앉아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이따금씩 행복을 머금은 눈이 마주칠 때.
석양빛이 우리를 하나로 감쌀 때.
굳이 손을 잡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
아, 지금 이 순간,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게 사랑인가, 아 그게 사랑이었구나.
생전 처음 느껴보던 설렘, 상처, 이별에 매번 당황하던 서툰 젊음.
도저히 익숙해질 것 같지 않던 이도저도 아닌 감정들의 반복.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태양과도 같은 나날 속 급할 것 없이 행복에 흠뻑 젖어 사랑하던 스무 살 무렵의 나.
 
 
천천히 시간을 들여 사랑해야 하는 나이가 세상 어느 구석에 정해져 있던가.
내 나이 서른.
더 이상 선명하게 어린 나이가 아니라고,
이 연애의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언제 올지 모른다 하여
서로가 겪어온 모든 것을 전제하에 두고 효율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나이라고
내가 나를, 세상이 나를 설득하기 시작하는 나이.
내 나이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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