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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는 기억한다.
게시물ID : freeboard_9914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4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7/17 23:15:44
동생이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엄청나게 밉지만 조금은 귀여운 것한테 엄마는 매를 들었다. 이유는 기억 안난다. 엄마는 매를 들었고 예지가 맞겠다 싶었다. 그래서 '엄마 이 쪼그마한 애 때릴 데가 어디 있어요. 저 때리세요'했다. 엄마는 '동생 대신에 몇 대 맞을래'했고 난, 한 대는 비겁하고 네 대는 많다 싶어서 '세 대요'라고 말하면서 엎드렸다. 엄마는 동생을 한참 바라보시더니 그만하셨다.


애들은 경험에서 배우는 법이다. 하루는 선생님이 여자애 하나를 모질게 때리셨다. 걔가 뭘 잘못했는지는 기억 안난다. 걔가 반 애들 앞에서 울어도 매질이 그칠 것 같지 않아, 선생님한테 그랬다. '선생님, 얘 울어요' 그 선생님은 대뜸 '그래서'라고 반문하고는 '네가 대신 맞을래?'하셨다. 우리 엄마 행동에서 배운 게 있어서, '네'하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진짜로 때렸다. 엄청 때렸다. 일단 배신감이 느껴졌다. 선생님한테도 우리 엄마한테도 똑같이 대답했는데 왜 이렇게 결과가 다른지 납득이 안갔다.


내가 매를 대신 맞아준, 그 아이는 지금쯤 내가 자기 대신에 맞았는지도 잊어버렸을 거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 애가 왜 맞아야 했는지는 그 애는 기억하지 못할 거다. 사실 그건 나도 기억 못한다. 다만 그날 반 애들이 온종일 선생님 눈치만 보던 건 기억한다. 나이 서른 되기도 한참 먼, 내 동창들이 그 선생님을 모시고 몇 명 모여서 동창회를 하자고 했다. 그 친구들의 아름다운 추억에 먹물을 뿌릴 것 같아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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