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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우리 숙모
게시물ID : panic_818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100i
추천 : 11
조회수 : 349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7/24 07: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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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무섭지는 않지만 유머는 아닌지라 
이 게시판에 적습니다 

 


나는 어릴적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무것도 가진것 하나 없이 상경해서 
가정을 일궈야 하는 부모님의 바쁜 생활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혼자 걷기 시작한 세살 무렵부터 
나는 바로 옆 아파트 동에 있는 
외삼촌 댁에 가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주로 아침부터 오후 네다섯시 가량 까지 외숙모가 돌봐주시며
사촌 형 누나 남매와 같이 놀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 유년기의 추억 중 꽤 많은 부분을 숙모와 공유 할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내게 숙모는 그냥 숙모 그 이상의 존재였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 할 무렵
숙모가 간암 선고를 받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료기술이 많이 발전 했으니
걱정말고 공부에 매진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따르는 수 밖엔
고등학생인 나로서 달리 할수 있는게 없었다.

수능성적은 기대보다 낮게 나왔고 
자연스레 재수를 선택하게 되었다.
장마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 무렵 
가족이 모여 외삼촌 집에서 다같이 식사를 한다고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반찬이 고기이면 두세그릇을 해치우는 나 였지만
안좋은 느낌 탓 인지 그날따라 입맛이 없어  
평소보다 이르게 수저를 내려놓았다.

가장 먼저 식사를 마치고 안방에서 쉬고 계시던 숙모가 나를 부르셨다. 
"너무 공부 열심히 하려고 하지마. 그럴필요 없어."
"엄마 아빠한테 효도하고"
그땐 어려서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통상적인 덕담으로 미루어 짐작 했을 뿐이다.

그 후로 채 한달이 안 된 저녁 8시쯤
숙모가 많이 안좋으니 병원으로 오라는 아버지의 문자를 받았다.
그제서야 왜 그말씀을 그때 하셨는지 알았다.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숙모는 의식불명 상태로 일반 병실에 누운채로 거친 숨을 뱉고 계셨다.
나도모르게 오열하듯 울음이 터져나왔다.
바보같이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은 "숙모!!숙모!!" 뿐이었다.
그때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무런 외부 자극에 반응이 없으셨던 숙모였지만
내가 부르는 외침을 들으셨던 걸까
그때 숙모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셨다.

재수하면서 항상 상기하던
'좋은 대학 합격해서 꼭 숙모한테 합격증 보여드려야지' 
하던 내 다짐은 
그렇게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 되었다. 

그후 종종 숙모는 내 꿈에 나오셨다.
항상 깔끔한 옷에 밝은 미소로 날 반기셨고
나는 꿈속에서 마저 
마지막으로라도 인사를 전해야 했던 그때와 같이
바보처럼 아무말 못하고 항상 울기만 했다.
그렇게 꿈을 꾸고 나면 울면서 잠에서 깨곤 했다.

내가 25세이던 어느날 그날도 꿈에 숙모가 나왔다. 
또 바보처럼 울기만 했다.
근데 여느때완 달랐다.
숙모는 새하얀 옷을 입고 계셨고
그리고 내게 따뜻한 밥 한끼를 차려주셨다.
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투병중에도 내가 가면 꼭 밥을 손수 차려주셨던 숙모였기에 
울음을 눌러가며 다 먹어치웠다.
내가 밥먹는 모습을 숙모는 정말 흐뭇하게 바라만 보셨다.
식사를 마치자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 후로는 꿈에서 다시 숙모를 뵙지 못한다.




 
아직까지도 전해드리지 못한 말

항상 감사했어요 사랑해요 숙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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