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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17- 너희의 아빠로 산다는 것
게시물ID : humorstory_439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67
조회수 : 11797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5/07/26 22: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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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렇게 생긴 남자의 아버지이자, 네 남매의 아빠 이야기이다.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딱 그 때까지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반 친구들과 별 재미있지도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때 선생님이 따로 살짝 불렀던 날을 잊지못한다.
 
선생님: XX아, 집에 가야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그는 땀이 나게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천막만이 기억이 났다. 그가 기절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었다. 딸 둘, 아들 하나인 집안에서 어머니가 기댈 곳이라곤 자신 뿐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그래서 그는 죽지 않을 정도의 노력을 했다.
착한 아들, 똑똑한 학생, 좋은 오빠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어느정도 해냈다.
어머니가 원하는 대학, 까지것 가주지... 그렇지만 그는 늘 공허했다.
좋아하는 여학생도 있었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그의 구질한 마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보다는 포기를 배우면서, 난 사랑할 자격도 없으니 다시는 누군가를 마음에 두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되뇌었다.
 
거짓말처럼 사랑이 다가왔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꼬맹이, 그녀였다.
서울로 대학을 온다는 그녀를 보기 위해, 정보를 주겠다고 불러내고, 캠퍼스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불러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오빠로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마음을 숨길 순 없었다. 조심한다고 그렇게 경계했는데 대책없이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목이 길고, 얼굴이 하얀, 아름다운 그녀.
그녀는 그럴만한 여자였다.
 
그가 군대에 가기 전,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무릎을 꿇고, 감미로운 말과 꽃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급한 마음에 같이 살자 라고 말해버렸다. 그녀는 웃기만 했다.
초조한 마음에 입술이 타들어가는데 그녀가 말했다.
 
그녀: 언제하나 기다렸어.
 
그렇게 두 사람은 자취방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여동생이자 그녀의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한달을 함께 살았다.
군대에 갔다. 남들 가는 군대 뭐 대단할 것이야 있겠냐먄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했다.
대학을 졸업하지도 못한 이등병에게 임신한 아내가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매일 누울 때마다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무엇이지?'
휴가중 갓난 아들을 안을때도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무엇이지?'
대학 복학을 하지 않으려 했을 때, 만류하던 아내와 그 대신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를 보면서 생각했다. '가장이 무엇이지?'
 
서른이 되면서 아이는 넷이 되었다. 어깨가 무거웠다.
제대로 된 아버지의 역할을 본 일이 없었던 그는, 첫 아이는 두려웠고 둘째 아이는 무거웠다.
그래도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무엇이 좋은 아버지인지는 모르지만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이를 업고 노래도 불러보고, 우는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 뛰어가는 일도 잦았다.
공부를 하는 중에도 아이들이 놀아달라고하면 무등을 태우면서도 암기를 했다.
손수 목욕을 시키고, 시간을 보내고, 예절을 가르쳤다.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그의 생각대로 아이들은 구김살 없이 잘 커가고 있었다.
 
덜컥 두려울 때도 많았다. 내가 없으면 이 아이들은 어쩌지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그를 찾아오곤 했다.
그는 살고싶었다. 되도록이면 오랜 시간을 아이들과 아내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그는 달을 보는 일을 좋아했다. 어린 딸을 업고 달을 보면서 산책을 할 때마다 딸은 말했다.
 
딸: 아빠 달이 나를 따라와요.
그: 아마도 나나가 예뻐서 그런가보다. 그치?
딸: 달은 어디에나 있어요?
그: 그럼. 어디에나 있지.
딸: 아빠도 어디에나 있어요?
그: 그렇지. 아빠도 너희 옆이면 어디에나 있지.
 
평범하지만,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가진 그는 언제나 감사했다.
오랜시간 이 행복이 지속되길 바랬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일들도 가끔 벌어지곤 했다.
아들들이 다치는 일도 있었고, 아내는 자신의 어머니를 버거워 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의 서슬퍼런 말에 아내는 상처를 받았다. 어머니도 아내도 서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고민을 할때, 그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졸업을 하고, 대학을 갔다.
군대에 보내기도 했고,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내복을 사들고 오기도 했다.
네 아이의 아빠로 산다는 것은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웃는 일이었다.
훌륭한 아버지라기보다는 오래 곁에 있어주는 아버지로, 아이들을 존중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살다보니 그가 그렇게 궁금해 했던 아버지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은 없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세월이 흘렀다. 눈을 뜨니 어느새 삼십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하얀 눈이 앉았다. 가끔 집에서 아내의 도움으로 염색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는 이제 어린 대학생도, 이등병도 아니었다.
하얀 천막을 보고 기절을 했던 초등학생은 이제 없었다.
네 아이의 아버지였고, 또 그녀를 지켜줘야하는 남편이었다.
바쁘게 살다보니 결혼식을 해주지 못한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리고 그는 또다른 청혼을 준비 중이다.
 
출처 애는 넷이지만 결혼식은 해본 적 없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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