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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107. 에밀리 호수에 대해서
게시물ID : panic_825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명의함정
추천 : 7
조회수 : 294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8/13 02: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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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신혼 여행때였다. 에밀리 호수로 갔었는데 아내는 세상에서 여기가 제일 좋다면서, 어릴적 여름이면 여름마다 여기서 시간을 보냈었다고 했다.

그 날 밤에는 호텔에서 보트 하나를 빌려서 호수 위에서 일몰을 보려고 했다. 만약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벌거벗고 수영할 수도 있었다.

세상에, 빨간 드레스(아내가 좋아하는 옷이다)를 입고 나온 아내의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저물어가는 태양빛 아래 피부는 빛났고, 순간 나는 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에밀리에 대해 말했었나?"
아내는 물을 휘저으며 말했다.

" 예전에 에밀리라는 사람이 이 호수에 빠져 죽었어. 수영하던 그녀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해초에 감겨서 말이야. 아무도 없어진 줄 몰랐는데, 다음날이 되어서야 발견됬어. 머리가 감겨가지고 호수 표면에 발만 보였는데 아래위로 둥둥 떠다녔대."

"신혼여행에 어울리는 얘기구만"
아내는 웃었다.

"그냥 유령 얘기야, 이리와 수영이나 하자"
"지금?"  호수를 보니 물이 까맣고 기름기가 있는데다가 해초로 가득했다. "여기서?"

"이러면 괜찮아"
아내는 머리를 땋아올려 빨간 리본으로 묶었다. 빨간 드레스와 참 어울리는 리본이었다.
"그리고 난 여기가 정말 좋아. 여기선 누구도 날 해칠 수 없거든"
아내는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갔다.

잠시 후 보트쪽으로 허겁지겁 올라오더니 숨을 헐떡인다.
"뭔가가 머리를 잡았어"
농담인줄 알았는데 눈빛을 보니 그게 아닌가보다. 수건으로 감싸주고 물속을 바라보는 아내를 안아줬다.

그러더니 웃는다.
"나 정말 웃기네" 아내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멍청한 옛날 얘기에 혼자 속았나봐. 그냥 내 착각이었던 거 같아. 난 여기가 정말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 소름끼치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닻을 올리고 있는데 아내가 말했다.
"여기선 누구도 날 해칠수 없어"
"당연하지"

거짓말이었다.
닻이 물 밖으로 모습을 비쳤을 때, 나는 아까 아내가 맸던 빨간 리본이 그곳에 나비 모양으로 묶여 있는 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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